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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이정봉, 추억의 발라드 현대감각으로 리메이크

입력 | 2000-04-11 19:50:00


국내 남자 가수로서는 드물게 비단결 같은 미성과 엷게 떨리는 풍성한 바이브레이션으로 많은 여성팬들을 확보해온 가수 이정봉(27)이 이번 주 4집 ‘Hill of Time’(시간의 언덕)을 발매하며 7개월 만에 활동을 재개한다. 그동안 1집의 ‘어떤가요’(1996년), 2집의 ‘그녀를 위해’(1997년) 등을 통해 조금만 닿아도 터질 듯한 고감도의 발라드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앨범에서 한결 절제된 사운드를 들려주며 5년차 가수의 원숙함을 드러낸다.

이를 위해 그는 1970년대 후반∼1990년대 즐겨 들었던 발라드를 현대적 감각으로 편곡해 부르는 방법을 택했다. 타이틀곡으로 정한 ‘꿈을 꾼 후에’는 1979년 여진의 발라드를 다시 부른 노래. 원곡과는 다른 몽환적인 느낌을 강화하면서도 변질된 느낌을 갖지 않도록 고음역 사용을 자제했다. 노래 ‘신부에게’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듀엣 ‘유리상자’의 멤버 박승화가 맡은 코러스는 클래식한 이미지를 더해준다.

1980년대 중반 MBC 강변가요제 금상 수상곡인 그룹 ‘도시의 그림자’의 ‘이 어둠의 이 슬픔’을 R&B(리듬 앤 블루스) 풍으로 윤색한 노래는 한결 사운드가 풍요로워졌다. 국내 1급 세션 기타리스트인 함춘호의 멜로디 라인에 실린 이정봉의 보컬은 잔잔하기까지 하다. ‘아이 빌리브’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수영과의 듀엣곡 ‘시작되는 연인을 위해’도 이런 절제된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정봉은 “몇 년 간의 가수생활을 통해 편안하면서도 가식 없는 목소리가 진정한 매력인 것을 알았다”며 “앞으로는 탁성에 가까운 목소리를 들려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