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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라이프 마이스타일]강남영/안예쁜 여자로 살기

입력 | 2000-04-11 19:50:00


강남영씨(28세·개그우먼)

여자는 그저 평범하게만 생겨도 ‘용서’가 안된다는 세상. 못생긴데다 뚱뚱하기까지한 여성들은 언젠가부터 우리사회에서 지은 죄도 없이 ‘죄인취급’을 받고 있다. 오죽하면 영국의 테사 조웰 여성장관은 “정상적인 몸매를 가진 여성조차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6월 런던에서 ‘몸매 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발표했을까.

개그우먼 강남영씨(28)는 이같은 외모 콤플렉스를 멋지게 극복하는데 성공한 사람이다.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성형외과엘 갔어. 날씬한 입술, 오똑한 코를 만들어 달랬지. 그랬더니 의사가 가정환경조사서 한 장만 갖다달래. 왜냐구? 이런 무지막지한 얼굴은 학회에 보고해야 된대….”

최근 KBS 2TV 간판오락프로 ‘개그콘서트’의 ‘여자 vs 여자’코너에서 강씨가 쏟아놓은 너스레의 한토막.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가 생활 속에서 운명적으로 겪어야 하는 에피소드, 특히 못생긴 여자가 단지 못났다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고통을 ‘비교 개그’를 통해 코믹하게 묘사하는게 기본 컨셉이다.

이 코너엔 강씨 나름의 ‘득도’과정이 녹아있다. 그래서일까. 기획안을 만들어 무작정 ‘개그콘서트’ 박중민PD를 찾았는데 놀랍게도 즉석에서 채택됐다. 8회분이 방송된 현재 그의 휴대전화는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못생긴 여자’를 자처하는 이들의 격려전화로 쉴틈이 없다.

“어렸을 땐 외모 콤플렉스가 심했어요. 자라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자고 다짐했죠. 시간이 지날수록 못생겼다, 혹은 예쁘지 않다는 건 부담스럽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됐어요.”

▼뭘믿고 그렇게 생겼니?▼

사실 강씨는 말그대로 ‘예쁘지 않은’ 수준이다. 167cm, 59kg의 몸매는 뚱뚱하다기 보다는 글래머에 가깝고, 다소 ‘오버’를 한다면 한국형 여인 정도의 타이틀은 부여할 만하다. 숱한 스타를 배출한 모교 안양예고와 방송사의 특수상황이 그를 ‘상당히 못생긴 여자’의 테두리에 던져 넣은 셈이다.

“1994년 SBS 공채3기 개그우먼으로 갓 입사했을 때예요. 이봉원 박미선 선배님의 아들 돌잔치에 갔는데 이선배님이 제 동기들을 보면서 ‘이번엔 얼굴 순으로 뽑았구나. 다들 왜 이리 예뻐?’ 하더니 저를 보고는 ‘넌 뭐 믿고 그렇게 못생겼니. 당장 부엌가서 사과나 깎아’하셨어요.”

이봉원씨의 각본없는 개그로 분위기는 더 밝아졌다지만 그날 강씨는 사과 50개를 깎아야 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무안하기도 하고 몸둘 바를 모르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사과만 깎았다.

선배의 농담은 애정에서 나온 것이라 해도 23살 꽃다운 강씨에게 떨어지는 배역은 항상 몸빼치마를 두른 할머니 아니면 심술쟁이 뺑덕어멈역이었다. 어쩔 수있나. 그럴수록 쾌활하고 당당하게 맞서는 수밖에. 상황이 반복되면서 차츰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내부의 적'을 없애라▼

강씨는 자격지심만큼 무서운 내부의 적은 없다고 말한다. 예쁜 여자들과의 비교 또한 삶을 피폐하고 주눅들게 만들 뿐이라고 단언한다. “못생긴게 꼭 추하다는건 아니쟎아요. 못생겨도 나름대로 귀여운 인상은 줄 수 있는거고.”

몇 년전까진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결국 “나 못났었다”고 세상에 알리는 꼴 밖에 되지않는 것 같아 단념했다. ‘어색한 가공’보다는 ‘자연스런 귀여움’을 대인관계의 승부처로 삼는 편이 훨씬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이 앞선 셈이다.

사실 ‘개그 콘서트’로 방송에 복귀하기 전까지 그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동화면세점의 유능한 판매사원이었다. 입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외모라 해도 과언은 아니었는데 면접시험장에서 “사람 웃길 자신은 있어요. 매장 분위기를 단번에 화기애애하게 바꿔놓겠습니다”는 한마디로 회사임원진을 사로잡았다.

‘인기인’이 된 지금, 그는 비싼 장신구를 걸치거나 미용을 위해 큰 돈을 들이지 않는다. 또 못생긴 외모를 역으로 상품화 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도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 추함을 앞세워 쓴웃음을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감과 편안함에 기초한 건강한 웃음을 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물론 방송사 복도에서 ‘핑클’이나 ‘S.E.S.’처럼 ‘예쁘고 심성까지 고와보이는’ 여자들과 마주치면 부러움이 앞서긴 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갖는 어쩔 수없는 질투심과 상대적 열등감 사이를 오고가지만 그때마다 “나는 나, 너는 너”를 속으로 되뇌인다.

“내가 미인으로 태어났다면?” 같은 ‘우스운’ 생각도 가능한 한 하지 않는다. 상상의 짧은 순간보다 또 다른 형식의 패배감이 긴 여운으로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혼할 남자친구가 있고 웃음을 터뜨려주는 시청자들이 있기에 행복감에 젖어 살고 싶을 뿐이다.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