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곤충학자가 평생 모은 희귀 곤충 및 나비 표본을 전남 함평군에 기증했다.
최근 함평군 곤충연구소에 곤충 및 나비 표본 5000여종 5만여점을 기증한 이승모(李承模·75)씨는 60여년간 국내외를 돌아다니며 곤충채집에 몰두해온 ‘곤충박사’.
이씨가 기증한 표본 중에는 북한에만 서식하는 ‘높은산 노랑나비’ ‘귀신부전나비’를 비롯해 국내에서 멸종된 ‘붉은점 모시나비’ ‘상제나비’, 천연기념물 218호인 장수하늘소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세계곤충학회가 보호곤충으로 지정한 ‘파피리오 피카에’ ‘파피리오 호스피돈’ 등 세계적으로 희귀한 나비 표본들도 있다.
평양출신인 이씨가 곤충수집에 나선 것은 소학교에 다니던 1930년대 중반부터.
그는 김일성대학 농과대를 졸업한 뒤 6·25전쟁 직후 월남해 서울에 곤충연구소를 설립했으며 73년부터 92년까지 국립식물검역소 자문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그동안 틈나는대로 전국의 산을 찾아 곤충과 나비를 수집했고 92년 국립식물검역소 자문관직을 그만 둔 뒤 유럽과 동남아 등지를 방문해 외국의 희귀 곤충 등을 모았다.
함평군은 다음달 열리는 제2회 나비축제 때 이씨가 기증한 표본을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곤충연구소 내에 ‘이승모 곤충 나비관’을 마련, 자연생태 학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씨는 “함평군이 곤충연구소를 설립하고 지난해 나비축제를 개최하는 등 생태계 보전운동에 열성을 보여 표본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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