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회계사들이 코스닥 등록을 앞둔 기업의 회계감사를 하면서 수수료를 주식으로 받아챙기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는 대부분의 벤처기업 사장들이 엔지니어 출신으로 주식에는 ‘문외한’인 점을 악용, ‘원스톱서비스’를 해준다며 회계감사 업무뿐만 아니라 유가증권 신고서 제출 과정에서 증권업협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는 경우까지 있다.
▽감사수수료를 주식으로 챙겨〓가장 큰 논란거리는 회계사들의 벤처기업 주식 인수. 일부 회계사들이 감사수수료로 주식을 받는가 하면 아예 지분 참여를 공개적으로 요구해 벤처회사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기업 회계를 감사해야 할 회계사가 해당회사의 주식을 가질 경우 엄정한 회계감사를 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일.
H증권 기업금융부 K차장은 “일부 회계사들이 감사수수료로 주식을 요구하는가 하면 개인적으로 출자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 감사인의 독립성을 스스로 저버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본연의 업무인 감사에서 벗어나 주간 증권사를 소개하는가 하면 수요예측 과정에서 펀드매니저 등 기관투자가를 동원, 주식을 ‘공짜’로 받아 챙기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
▽로비스트 활약까지〓‘코스닥특수’를 누리는 일부 회계사들 중에는 밤에는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 창업투자회사 사장은 “일부 회계사는 유가증권신고서 통과 및 심사권을 쥐고 있는 증권업협회와 금융감독원에 로비를 해줄 수 있다면서 코스닥 등록에 급급한 벤처기업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어느 회계법인은 코스닥 전문이고 어느 곳은 금감원 로비에 특히 강하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는 실정.
D증권 프리코스닥팀 직원은 “일부 컨설팅업체들이 코스닥 등록 예정기업의 발행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불러 물을 흐려놓았는데 이제는 회계사들까지 가세해 시장이 너무 혼탁해졌다”고 꼬집었다.
▽감사인 독립성 지켜야〓금융감독원은 일부 회계사의 이같은 행위를 인식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반응.
금감원 유재규 회계감독국 수석전문역은 “회계법인이 당해 회사 주식을 1% 이상 소유할 경우 감사인으로 활동할 수 없다”며 “다만 스톡옵션을 받으면서 감사인으로 활동하는 데 대해서는 별다른 규제가 없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공인회계사 윤리규정이나 회계사법에서 감사인의 도덕성과 중립성을 엄격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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