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남북경협에 대한 논의가 무르익으면서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의 자금사정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경협이 활성화되려면 북한이 세계은행(IBRD)과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 가입, 이들 기구의 투자를 이끌어낼 필요성이 남북 모두에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5월초 태국에서 열리는 ADB 총회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거론해 회원국들의 지원을 요청할 방침이다.
▽단계적 지원방안 유력〓북한이 경제협력 파트너로 가장 선호하는 대상은 국제금융기구. 정부 차원의 지원은 정치적 부담이 크고 민간기업들은 이익이 투자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데다 북한의 열악한 사회간접자본 수준 때문에 선뜻 돈을 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장형수연구위원은 ‘통일대비 국제협력과제’ 보고서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북한 관리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세계은행 등의 교육 프로그램을 북한 실정에 맞춰 실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북한이 국제기구에 가입하기 전이라도 팔레스타인 모델을 적용해 자금지원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모델은 세계은행에 가입하지 못한 팔레스타인이 회원국 수준의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세계은행이 각국을 상대로 ‘다자간 특별신탁기금’을 설립한 뒤 이를 팔레스타인 경제개발에 지원한 방식. 장위원은 북한이 국제기구로부터 장기저리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없나〓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에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97년 2월 ADB 가입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고 우리 정부도 그해 북한 가입에 대한 지원방침을 천명한 상태. 다만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하면 경제성장률과 물가 등 경제관련 통계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해온 미국과 일본의 태도도 변수다.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남북한 모두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정상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면 이 문제도 비교적 쉽게 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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