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까지 가입시켜라.’
국내 최대 이동전화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지난달 말부터 마구잡이식 가입자 유치경쟁에 열을 올리면서 ‘유령 가입자’까지 끌어모으는 등 비정상적인 마케팅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5월로 예정된 단말기 보조금 지급 폐지에 따른 가입자 감소분을 미리 충당하기 위해 수도권 600여개의 대리점을 통해 실제 가입자가 없는 단말기를 미리 개통시키는 가개통 단말기를 대량 유통시키고 있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면 SK텔레콤 단말기 판매가격이 다른 서비스보다 20만원 이상 비싸지면서 수요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에 있는 SK텔레콤의 한 대리점은 “지난달 20일경부터 판매점에서 보유하고 있는 단말기를 모조리 개통시켜야 그 다음날 물건을 주기 시작했다”며 “이 때문에 개통이 안된 단말기도 가족과 종업원 명의로 개통시켜놓고 추가 주문을 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가개통이란 실제로는 가입자가 없는데도 대리점에서 가명 또는 차명으로 단말기를 미리 개통시켜놓고 나중에 실가입자가 나타나면 명의 변경을 통해 가입시켜주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가개통이 휴대전화 가입자는 물론이고 대리점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
우선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휴대전화에 가입해 처음 받은 단말기가 중고라는 것.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되어 있다가 자신의 명의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가입하자마자 받는 단말기가 중고일 수밖에 없다.
또 가개통기간에 부과되는 기본료를 대리점에서 가입자에게 슬그머니 떠넘기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
대리점 역시 가개통 단말기가 실제 가입자로 전환될 때까지 기본료를 부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입자 등록을 여러차례 해야 하는 불이익이 있다. 하지만 재고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같은 편법 영업에 매달리게 된다.
한편으로 이동전화 서비스회사는 가개통 가입자수까지 미리 서비스 이용자에 포함시키기 때문에 사세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 사장은 “5개 이동통신 단말기를 모두 취급하지만 요즘엔 10명이면 9명이 SK텔레콤에 가입하기 때문에 가개통을 해서라도 단말기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의 가개통 단말기 규모는 3월말부터 현재까지 약 10만대”라고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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