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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존] 올해의 대종상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입력 | 2000-04-14 10:09:00


"미국에 아카데미가 있다면, 우리에겐 대종상이 있다!"

이건 아직 꿈같은 얘기다. 대종상이 분명 우리 것이기는 하지만 미국 LA 슈라토리엄에서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비하면 대중들의 관심도는 훨씬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늘 시상식후, 공정성 시비로 내홍을 겪었고, 최근 몇년동안에는 행사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개최시기와 운영과정에 파행을 겪었다.

하지만 오는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릴 올해 행사만큼은 다를 것으로 보인다. 올해 행사가 예년과 분명한 다른 선을 긋고 갈 수 있는 데는 무엇보다 지난 한해 우리 영화계의 "붐 업"과 관계가 있다. 지난 한해동안 이른바 걸작 대열의 영화들이 계속 이어진데다 흥행면에서도 서로 '최고'를 다투었기 때문이다. 대종상 시상 결과는 지난 한해 가장 좋은 작품이 무엇인가를 놓고 설왕설래해 왔던 영화관계자와 관객들 모두의 평가에 대한 일종의 '화룡정점'과 같은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이번 행사에 크게 주목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예심은 이미 끝났다. 10명의 심사위원이 본심을 시작했다. 대종상 영화제 사무국의 박영실 사무국장은 "출품작 27편 가운데 예심을 통과한 작품이 20편이나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대종상 시상 부문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남녀주연상 등을 합쳐 총 21개. 최다 부문 후보는 임권택감독의 이 뽑혔다. 은 최우수작품상을 위시해 감독상과 신인 남녀주연상, 기획상, 각색상, 의상상 등 13개 부문의 후보에 골고루 올랐다. 이명세감독의 와 이영재감독의 은 각각 12개 부문 후보에, 은 11개 부문, 과 은 8개 부문 후보에 올라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종상의 그랑프리로 유력한 작품은 역시 으로 예상된다.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것도 그러한 전망을 뒷받침하지만 대종상의 '색채'때문이기도 하다. 올해로 37회째를 맞는 대종상은 그 역사성만큼 시상에 있어서도 '선배급'들에 대한 대우가 유별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렇다고 해도 한 작품에 '몰아주기'의 결과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대종상 심사위원회의 구조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종상 심사위원회는 영화계의 각 기능별 대표들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심사위원장은 서울예술대학의 학장인 김기덕교수가 맡았지만 나머지 9인 위원은 '안배의 흔적'이 역력하다. 노영일(언론인), 양윤모(영화학회), 오정록(SBS PD), 조관희(평론), 강민호(감독), 윤양하(배우), 이성춘(촬영), 유동훈(시나리오), 김대진씨(제작기획) 등이다. 박영실 국장은 "올해만큼은 정말 감을 못잡겠다,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 것이다"라며 "하지만 예년처럼 나눠먹기식 시상은 없을 것이다, 심사위원들의 소신이 읽힌다"라고 말했다.

대종상을 놓고 영화계에서는 여전히 비아냥도 많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어떤 이는 "대종상은 영화인협회가 주관하는 만큼 의 석권이 예상된다"면서 "그러나 소장파 영화인들의 기구인 영화인회의가 마련하는 영화상 시상식에서는 이 앞지를 것이다"고 일침을 놓았다. 영화상 시상을 놓고도 국내 영화계가 여전히 분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

그러나 어쨌든 올해 대종상만큼은 그다지 시비거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만큼 지난 해의 작품 수확이 풍성했고, 최우수작품이 이 됐든 , 혹은 이 됐든 모두가 "그럴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 시상식은 영화진흥위원회가 3억원을 지원하며 SBS TV가 중계한다.

오동진(FILM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