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수상작인 다큐멘터리 한 편이 다시 편집실로 돌아갈 운명에 처했다. 기구한 사연을 겪게 된 작품은 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상을 받은 로 팔레스타인 게릴라가 일으킨 대학살을 담았다. 그러나 이 작품의 제작자는 최근 일부 장면을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살해된 두 사람의 미망인이 남편의 모습을 보기 메스껍다고 호소했기 때문이다.
제작자 아써 콘은 스탭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손을 대겠다고 결정했다. 모두10만 달러를 들여 배포된 복사본을 수거해 원판 자체를 수정할 계획이다.
수정 편집 본은 이스라엘을 비롯해 전세계에 개봉된다. 제작자 콘과 감독 케빈 맥도날드는 수정 편집으로 실제 사건의 충격을 많이 덜어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이스라엘에서 열릴 특별 시사를 앞두고 열린 기자 회견에서 콘은 “테러를 반대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 영상을 온건하게 처리하면서 테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내키지 않는 일이었지만 유가족들 심정을 배려해 동의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 달 아카데미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작품은 72년 9월 뮌헨 올림픽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매년 9월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 인을 상대로 테러를 해 온 팔레스타인 급진파 테러 조직 검은 9월단은 올림픽 기간 중 이스라엘 선수들이 묵는 기숙사를 공격했다. 20시간 가량 대치 끝에 1명의 독일 경찰과 5명의 팔레스타인 군인들을 포함해 11명의 이스라엘 선수가 사망했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미망인 야나 로마노와 안키 스핏서는 즉시 재편집을 요구했다. 로마노의 남편이었던 레슬링 선수 요셉 로마노가 나체로 누워 피를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이 장면을 삭제하고 탄환으로 벌집이 된 헬리콥터에서 내던져진 시체들의 얼굴을 뿌옇게 처리하기로 했다. 논란을 몰고 온 장면은 총 상영시간 91분에서37초 분량이다.
한편 두 미망인의 입장과는 정반대로 일부 유가족들은 감독 맥도날드의 리얼리즘에 박수를 보내며 옹호했다. 감독 맥도날드는 “이 영화는 죽은 선수들의 유언장이다. 그런데 그들의 가족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 이런 논란이 작품의 잠재력과 영향력을 손상시키지 않기를 바란다”고 LA 타임즈에 고충을 털어놓았다.
스위스 출신인 콘은 61년의 다큐멘터리 과 71년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영화 을 포함해 다섯 차례 오스카를 수상한 제작자다. 지난 1월 콘은 “소재만으로도 영화로 만들만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지난 27년간 누구도 하지 않은 얘기였다. 대학살의 실제 보고서가 될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헐리웃 리포터’지에 말했다. 사건 전반을 그리면서 사건에 관련됐거나 목격한 사람들의 인터뷰가 섞인 형식을 통해 그는 살아남은 테러리스트 요원들에게 그간 잊혀졌던 ‘대학살의 책임’을 묻고 있다.
변지영(FILM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