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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이야기] '체 게바라 평전' 읽기 열풍

입력 | 2000-04-14 19:42:00


지난달 ‘체 게바라 평전’을 펴낸 실천문학사는 요즘 희색 만면이다. 인터넷, 증권투자, 벤처열풍으로 인문 사회과학서적 매출이 바닥을 치는 와중에 유독 ‘체 게바라 평전’만 발간 1개월만에 1만부 판매를 돌파했기 때문이다. 4월 둘째주 서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집계 종합순위 4위, 씨티문고 6위…. 서울대 앞 ‘그날이 오면’ 등 대학가 서점의 반응은 더 뜨겁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독자 반응을 출판사도, 서점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

현재 출판사가 파악하는 독자군은 두 부류. 1980년대 금서였던 체 게바라를 숨어서 읽은 30대와 대학생을 중심으로한 20대 초반 젊은이들이다.

“그런데 20대 독자들의 성향이 잘 이해되지 않아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젊은이들이 체 게바라 브로마이드를 받겠다고 독자 초청행사 몇시간 전부터 와서 지키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도대체 체 게바라를 어떤 의미로 이해하는 것인지….”(실천문학 이순화편집장)

‘체 게바라 읽는 노랑머리들’의 암호를 푸는 코드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된다. 체 게바라 홈페이지(http://cheguevara.com.ne.kr)의 토론방이 그 한 예.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을 RATM 동호회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게 됐어요. 요즘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있는데…’ ‘전 이분(체 게바라)을 알게 된 게 RATM 때문입니다. 뭐하는 사람인가 궁금했는데…’

방문자들 사이에 체 게바라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RATM(Rage Against The Machine)은 90년대 초 탄생해 빌보드차트를 휩쓴 미국의 하드코어 록 밴드. 공격적인 사운드에 ‘반제국주의’ ‘반 자본주의’ ‘혁명’ 등 정치적 저항성이 강한 메시지를 담는 이들은 공연때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셔츠를 입거나 기타 앰프에 체 게바라 사진을 붙여 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 체 게바라를 되살리는 기폭제 역을 했다.

RATM의 노래에 맞춰 헤드뱅잉을 하는 20대에게는 체 게바라의 전기를 읽고 그의 브로마이드를 방에 붙이고 배지를 가방에 붙이는 일이 동일한 맥락의 문화적 행위다. 80년대 세대들이 오로지 종이책으로만 체 게바라에 접근했다면 90년대 젊은이들의 ‘체 게바라 알기’는 하드록, 인터넷 홈페이지등으로 경로가 다양해진 것.

출판사는 정확하게 성향분석은 못했지만 이미 젊은 독자들의 ‘달라진’ 요구에 부응해 가고 있다.

체 게바라 브로마이드 1만장을 인쇄해 사은품으로 뿌린 데 이어 곧 체 게바라 셔츠를 만들어 대학가 서점 등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