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의 함정' 데보라 J 베넷 지음/영림카디널 펴냄▼
심부름 갈 사람을 정하기 위해 사다리타기를 할 때, 축구경기에서 누가 먼저 차는가를 정하기 위해 동전을 던질 때…. 우리는 일상생활의 순간순간 확률의 법칙 속에 놓인다. 불과 이틀 전 4·13 총선에서도 한국인은 거대한 확률쇼를 경험했다.
동물뼈로 깎은 주사위를 던져 신의 뜻을 헤아렸던 고대로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확률에 관한 인간의 지혜는 진보해왔다. 그러나 한 인간의 인지적 발달과정에서나 인류 전체의 지적 성장에서나 “논리와 산술적 계산과는 달리, 확률계산에 관한 능력은 아주 서서히 발달해왔다”(교육학자 장 피아제).
수학을 ‘두려워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될만한 일이라면 그렇게 확률의 함정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무턱대고 복권을 사 대는 보통사람만은 아니라는 것. 고등수학을 배운 사람, 심지어 해석역학의 창시자인 18세기 수학자 달랑베르조차 치욕스런 확률계산의 오류를 남겼다. 역설적이게도 수학이 발달하면서 오히려 확률의 신뢰도를 위협하는 ‘무작위성 개념’ 역시 더욱 공고해졌다.
98년 하버드대출판부에서 발간된 이 책(원제 ‘Randomness’)은 △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무언가를 결정할 때 확률에 의존해 왔는가? △무작위로 하나를 선출하는 것은 과연 공정한가? △도박으로부터 확률의 어떤 성질을 배울 수 있나? △발생할 확률이 지극히 작은 사건도 결국 일어날 것인가? △진정한 무작위, 진정한 난수는 과연 존재하는가? △컴퓨터는 확률적 사고체계에 어떤 기여를 했나? △확률은 왜 우리의 직관과 일치하지 않는가? 등을 다룬다.
그중 하나, 도박사들이 돈을 잃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어느 정도 돈을 잃고나면 도박사들은 이제 잃은 만큼 딸 것으로 믿고 계속 판돈을 건다. 이유는 ‘확률의 법칙이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 그러나 시행횟수가 충분히 많지 않은 한 이러한 편이(便易) 현상은 결코 수정되지 않는다. 도박사들이 믿은 것은 확률이 아니라 직관일 뿐이다.
뉴저지 주립대교수인 저자는 ‘수학의 언어와 일상 언어를 동시에 능통하게 구사하는 인물’로 평가받는 필력의 소유자. 역자 역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등을 옮긴 전문번역가다. 240쪽.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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