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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일본패션 엿보기]영화 '4월 이야기'속 의상

입력 | 2000-04-16 20:07:00


영화 ‘러브레터’로 감동을 준 일본감독 이와이 슈운지가 영화 ‘4월 이야기’로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러브레터’가 사고로 죽은 연인을 그리워하며 그의 옛집으로 편지를 써보내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인데 비해 ‘4월 이야기’는 짝사랑하던 선배를 좇아 도쿄의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 여대생의 풋사랑 얘기다.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흐뭇한 TV드라마와 같은 영화다.

원래 일본 작가들은 TV드라마에 강하다. 평범한 일상의 얘기를 재미있게 엮어가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 니레노 우즈키 역을 맡은 마츠 다카코의 아버지는 가부키 배우. 연기자 집안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다. 가수로도 활동하는 등 다재다능한 연예인이다.

그녀의 패션 취향은 내추럴계. 면바지와 티셔츠, 작은 무늬의 편안한 원피스에 화장도 별로 하지 않고 눈썹도 정리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하고 지낸다.

‘4월 이야기’에서 그녀가 입은 의상 역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롱원피스 차림이 많다. 눈오듯 흩날리는 벚꽃의 이미지를 닮은 꽃무늬 원피스가 대표적이다. 검정 바탕에 흰색 꽃들이 그려진 앞여밈의 원피스에 흰색 삭스(짧은 양말)와 운동화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 짝사랑의 선배가 건네주는 빨간 우산과의 조화는 고운 영상미를 보여준다. 목이 둥글게 파인 하늘색 원피스와 흰색 가디건의 짜맞춤도 편안해 보이는 루즈 스타일이다. 갈색계 체크무늬 원피스와 아이보리빛 짧은 셔츠의 매치는 디자인이나 빛깔 모두 내추럴 룩이다. 패셔너블한 옷들은 아니지만 짝사랑에 애태우는 주인공의 성격에 맞춰 곱고 차분히 펼쳐지는 영상에 잘 어울린다.

김유리(패션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