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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자연 인간]환경의 복수/'자외선 재앙' 덮친다

입력 | 2000-04-17 07:08:00


호주 시드니 서부에 위치한 윈저초등학교. 혹스베리강이 학교의 앞쪽을 흐르고 시드니의 병풍인 블루마운틴이 뒤쪽을 감싸고 있어 한눈에도 자연의 혜택을 듬뿍 받고 있는 학교로 보였다.

이 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9살 피터 코인은 컴퓨터 앞에 앉아 무언가 열심히 자판을 두드렸다. ‘오존층은 어디에 존재하는가’(문) ‘지구의 성층권’(답) ‘오존층은 무엇을 차단하는가’(문) ‘태양의 자외선’(답) ‘오존층을 파괴하는 대표적인 물질은’(문) ‘프레온가스’(답)…. 학교 자체적으로 만든 환경 홈페이지에 들어가 오존층 파괴와 관련된 문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야외 학습시간이 되자 코인과 급우들은 모두 가방에서 자외선차단크림을 꺼내 태양에 노출될 만한 부위에 골고루 발랐다. 그리고 누구 할 것없이 목까지 내려오는 천이 달린 모자를 챙겨 썼다. 꼭 2차대전 당시 태평양에 진주했던 일본군이 썼던 모자처럼 우스꽝스럽게 생겼지만 이 학교 교사는 “자외선으로부터 여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필수품”이라고 했다. 호주인들은 본래 햇볕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젊은이들이 주로 찾는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 며칠 비가 오다 날씨가 개자 수천명의 젊은 남녀들이 백사장에 들어누워 선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세살배기 어린이 하나만 ‘일본군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러나 윈저초등학교의 철저한 교육에서 보여지듯 호주인들의 ‘햇볕 사랑’에 변화가 일고 있다. 몇 년전만 해도 호주에서 양산을 쓰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프레온가스등으로 엷어져▼

한국의 한 유학생이 따가운 햇볕을 견디기 어려워 한국에서 처럼 양산을 쓰고 다니자 호주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당신, 공주(Princess)입니까”라고 물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에는 양산을 쓰고 다니는 호주인들이 가끔 눈에 띈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자외선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알려진대로 태양은 무시무시한 자외선을 뿜어낸다. 이 자외선이 걸러지지 않은 채 그대로 지구 표면에 도달하면 물속에 사는 생물을 제외한 나머지 생물은 온전히 살아남기 힘들다. 그러나 다행히 지표면에서 15∼30㎞의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층이 자외선의 90% 이상을 차단해 주고 있다. 생물체가 수중에서 육지로 진출한 것은 4억5000여만년전 오존층이 충분히 형성됐을 때였다. 오존층은 한마디로 ‘자연산 선블록 또는 선스크린’인 것.

그런데 이 오존층이 냉장고나 자동차 에어컨의 냉매와 스프레이 등 분사제 등으로 널리 쓰이는 프레온가스(염화불화탄소·CFCs)를 비롯해 소화기로 쓰이는 할론, 살충제로 쓰이는 메틸 브로마이드 등에 의해 파괴되거나 엷어진 것이다.

오존층이 1% 파괴되면 자외선 양은 1∼2% 가량 증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자외선은 피부암과 백내장의 직접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피부암 유발-DNA 손상도▼

실제 호주 환경부 및 미국 환경보호국(www.epa.gov) 등에 따르면 호주 상공의 오존층은 1960년대 이래 5∼9% 파괴됐으며 호주는 전세계에서 피부암 발병률 1위를 차지한다. 호주 인구는 전세계 인구의 0.3%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피부암 환자의 6%는 호주인이라는 것.

호주에서는 또 매년 약 1200명이 피부암으로 사망한다. 호주가 방송 광고, 학교 교육 등을 통해 자외선의 위험을 홍보하고 오존층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최근에는 자외선이 동물의 DNA구조를 손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호주 노스이스턴대학의 커크 맬로이 박사는 최근 자외선을 지나치게 흡수해 DNA일부가 파괴된 남극 빙어를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 예일대 연구팀도 북남미 및 호주에서 개구리 두꺼비 등 양서류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오존층 파괴에 따른 자외선 증가 때문이라는 가설을 제기한 바 있다.

오존층 파괴가 가장 심각한 곳은 남극 상공. 오존홀의 크기는 9,10월경 연중 최고조에 달한다. 남극 상공의 온도 등 여러 가지 원인에 따라 다소 커졌다 작아졌다 하지만 대개 2200만∼2600만㎢를 유지하고 있다.

▼남극상공 濠면적 3배 파괴▼

특히 1998년 남극 상공의 오존홀의 크기는 호주 면적의 3배에 달하는 2730만㎢로 절정에 달했다. 미국의 해양 및 대기 관측소(www.ngdc.noaa.gov)의 수전 솔로몬 박사는 “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로 발생한 미세 먼지들이 프레온가스의 오존층 파괴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했다”고 말했다.

몬트리올 의정서에 따라 각국은 오존층 파괴 물질의 배출을 단계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오존층이 회복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희망적인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오존층 연구로 유레카상을 받은 호주연방과학연구소(CSIRO) 폴 프레이저 박사는 “몬트리올의정서가 완벽히 지켜지더라도 파괴된 오존층이 1970년 이전 수준으로 복원되려면 앞으로 50년은 걸릴 것”이라며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성층권의 온도가 낮아져 오존층의 회복이 10∼20년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yongari@donga.com

▼美NASA "북극도 90년대말부터 오존량 급감"▼

미항공우주국(NASA)은 올 초부터 북극 상공에서 ‘SOLVE/THESEO-2000’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유럽연합(EU)이 지원하는 ‘제3차 유럽 성층권 오존 실험’과 공동 추진되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는 무려 350명의 과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북극 성층권의 오존 파괴 실태를 연구하는 것.

4월초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올 1∼3월 북극 18㎞ 상공 성층권에서 오존층 누적 손실이 60% 이상에 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EU 대변인 안드레아 다흐멘은 “성층권의 전례없는 겨울 추위로 오존 수치가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북극 상공에서 오존층 파괴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오존홀과 그 원인에 대한 관심은 남극에 집중됐다. 그러나 1990년대 말 이후 북극 성층권의 오존량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북극에 ‘제2의 오존홀’이 생겨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권위있는 학술지 ‘사이언스’ 최근호는 21세기에는 북극의 오존층 파괴가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북유럽 북미 지역 상공도 오존홀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유럽 상공의 오존량은 20년 전보다 6% 가량 감소했으며 특히 90년대 들어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말 유럽우주기구 소속 위성인 ERS-2는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북부 덴마크 발트해 상공에 존재하는 오존량이 비정상적으로 감소됐음을 탐지했다. 미국에서도 최근 지표면에 도달하는 자외선이 증가해 연중 피부암 환자가 2% 증가했으며 이로 인한 의료비가 연간 30억 달러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yongari@donga.com

▼오존층은 두께 3~4mm 불과…태양자외선 막는 방어벽▼

오존(Ozone)의 어원은 ‘냄새가 난다’는 뜻의 그리스어 ‘오제인(Ozein)’이다. 산소 원자 3개로 이뤄졌는데 톡쏘는 냄새를 지니고 있으며 대기중의 오존은 호흡기와 눈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성층권에 존재하는 오존은 태양의 자외선을 차단하는 고마운 존재. 하지만 그 양은 많지 않다. 태양과 지구 사이에 놓여있는 오존층의 두께는 불과 3∼4㎜에 불과하다.

프레온가스 등 오존층 파괴 물질은 산업화가 진전된 북반구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왜 남극의 오존층 파괴가 더 심할까. 프레온가스는 불활성 기체로 대기 중에 쉽게 널리 퍼져 나간다.

중요한 것은 성층권 온도. 남극 성층권 온도가 북극에 비해 평균 섭씨 10도 정도 낮다. 극성 성층권 구름을 형성하는 입자는 염소원자의 활성을 제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입자가 성층권 온도가 낮아지면 가라앉게 되고 이로 인해 오존층 보호 메커니즘이 방해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지표면에 가까운 대기 온도는 상승하지만 성층권의 온도는 떨어진다. 지구온난화가 오존층의 복원을 더디게 할 것이라는 관측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다. 온실효과와 오존층 파괴가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yongari@donga.com

▽환경정의시민연대 자문위원

김재현(건국대 산림자원학 교수) 김정인(중앙대 산업경제학 교수) 김창섭(에너지관리공단 기후변화협약대책반 정책팀장) 서왕진(환경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 최중기(인하대 해양학 교수) 추장민(베이징대 환경과학센터 연구원) 홍욱희(세민환경연구소장) 홍종호(한양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