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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입력 | 2000-04-17 07:56:00


“부자로 죽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철강왕 카네기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잉여금을 자선을 위해 쓰겠다”고 자기 자신에게 약속했다. 스코틀랜드 모직공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고생 끝에 1901년 30억달러의 자산가로 세계 최고 부자가 된 그는 결국 모든 재산을 사회로 환원해 약속을 지켰다.

그는 ‘부의 복음’이라는 저서를 통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주창했다. 그의 뜻은 록펠러와 포드 등 쟁쟁한 기업가로 이어졌다. 이들은 기초학문과 질병퇴치 연구, 도서관 건립, 문화발전 등에 천문학적인 재산을 기부했다.

이들이 자선사업에 나선 20세기 초 미국은 철강과 자동차로 대변되는 산업사회로 진입하면서 수많은 신흥 재벌이 나타났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익분배가 왜곡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증폭되고 있었다. 이때 기업가들이 공생(共生)을 위해 개인의 재산을 기증한 것은 자본주의의 야수성을 사회적 모럴로 치환한 일대 ‘혁명’이었다.

지금 우리 사회도 산업화와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계층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IMF 사태로 중산층은 와해되었고 부의 편중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될 때 빈부격차의 폭이 10이었다면 현재 지식사회에서는 그 폭이 20∼30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같다. 부의 균형분배와 관련, 기업의 선순환적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는 시점이다.

산업사회에서 지식사회로 전환중인 우리 사회에도 신흥재벌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종전과 다른 형태의 ‘부의 대이동’도 진행중이다. 기술개발과 정보, 그리고 미래가치를 바탕으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벤처기업이 바로 ‘신흥재벌’의 주인공들이다. 벤처산업과 거리가 있는 기업과 계층에서는 벤처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부정적 시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들이 이런 시점에 공생을 위한 ‘나눔문화’ 운동에 적극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단순히 부정적 시각을 의식해서라기 보다는 큰 개념의 공생을 실천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만이 공생과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성원들의 참여가 없다면 공생은 구호나 형식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성인의 절반 이상, 일본은 성인 4명 가운데 1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중이라는 통계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원봉사자의 비율이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사회 공생을 위해 노력하는 벤처인들은 더욱 늘어나야 한다.‘나눔’은 사회의 궁극적 가치로 자리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나눔의 문화에 시민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카네기가 남긴 말을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 돈이 많은 ‘부자’보다는 마음이 ‘부자’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장흥순(터보테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