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작 및 배급자들은 대중 앞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제작비를 대고 작품을 고르며 관객에게 전달하는 영화업계의 축이다. 그들의 눈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칼럼 ‘할리우드@충무로’를 매주 싣는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그 이름만으로도 손님을 불러 모은다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를 배급하는 일은 영 수월치가 않다. 엄살이라고 면박을 준다 해도, 거짓말이라고 믿어주지 않아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미국 영화라면 흥행은 따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던 태평성대가 있긴 했다. 우리나라 영화 수준이 대체로 한 수 아래라는 그리 즐겁지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설사 잘 만들어진 한국 영화라 해도 물량공세로 중무장한 할리우드의 재미있는 영화와 앞선 마켓팅 기법 앞에선 맥을 못췄다.
지금은 어떤가? 젊은 인재들의 반짝이는 기획력을 앞세운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는 충무로는 현재 ‘이보다 더좋을 순 없는’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들의 재기발랄함에 새삼 긴장하면서, 이젠 서로 상대를 눌러야만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싸움이 아닌, 서로를 활용해 모두 승리자가 되는 윈-윈 전략으로 사고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중국 대륙에선 대만 국적의 리안(李案) 감독이 저우룬파(周潤發) 양즈총(楊子瓊)이란 홍콩 배우들과 ‘와호장룡(臥虎藏龍)’이란 액션 대작을 찍고 있다. 그 제작비의 출처는 중국도, 홍콩도, 대만도 아닌 바로 할리우드다. 물론 이 영화는 할리우드 배급망을 타고 전 세계 관객을 찾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할리우드 자본을 가지고, 한반도 전역을 무대로 남북한 배우 모두가 등장하는 영화를 찍어 전 세계 관객을 찾아가는 상상을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충무로와 적대적 관계라고만 여겨지던 직배사는 오히려 우리 나라 영화 산업을 한단계 도약시키는 주춧돌 노릇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권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