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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대토론]"16代 의장 어느 黨서 맡아야 하나"

입력 | 2000-04-20 21:19:00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헌법의 3권분립 정신에 따라 행정부 사법부의 수장과 함께 대등한 위치에서 국정을 이끌어나가는 자리이다. 이달말 임기가 시작되는 제16대 국회의 수장 자리를 놓고 벌써부터 여야간 힘과 논리의 대결이 팽팽하다.

과반수에서 4석이 모자라는 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은 총선 민의를 반영해 제1당이 국회의장을 내는 것이 순리라며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 국회의장은 집권 여당에서 나와야 하고 이것이 한국정치의 관행이라고 반론을 편다.

두 정치학자는 팽팽한 논리의 대결을 벌였지만 어느 당에서 국회의장이 나오더라도 당적을 버리고 국회를 초당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견해가 같았다.

▲임혁백 "원만한 국정운영위해 집권당서…"

△52년 경북 경주 출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 석박사

△한국정치학회 연구이사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선거가 끝나자마자 16대 국회의장직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민주화 이후 우리의 대표들은 날짜에 맞추어 원 구성을 해본 적이 없었다. 원 구성에서부터 싸움질하게 되면 임기 끝날 때까지 상쟁(相爭)의 정치를 계속하게 돼있는 것이다.

절대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한나라당이 제1당이라는 논리로 국회의장직을 차지해야한다는 주장은 억지다. 다수결주의라는 수의 원리를 적용한다면 국회의장직은 제1당이 맡는 것이 아니라 과반수를 넘는 다수당 또는 다수 정당연합이 맡아야 하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미국의 예를 들지만 미국에서는 양당제가 공고화의 수준을 넘어 고착화돼 있기 때문에 선거는 항상 절대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가진 정당을 만들어 주고, 따라서 야당이 다수당이 되었을 때 국회의장직을 차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美-유럽과 단순비교는 무리

의원내각제를 하는 유럽의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도 단일 정당 또는 정당연합이 절대 다수를 만들어 원 구성을 하기 때문에 ‘다수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일반 규칙에 의거해 원 구성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민주당은 헌정 사상 야당이 국회의장을 맡은 선례가 없다는 한국 의회정치의 전통과 관례를 들어 비록 소수 정당이지만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국회의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야 3당 공조체제가 절대 과반수를 넘는 의석을 차지했던 13대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 3당이 여당인 민정당에 국회의장직을 양보한 전례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장직 선출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어느 당에도 절대 다수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한국의 주권자들은 안정 속의 개혁을 바라면서도 강력한 견제세력의 필요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이중적 의사를 표현했다.

국민은 이러한 이중적 의사를 ‘의석 수에 기초한 대결의 논리’가 아닌 ‘화해와 화합의 논리’로 실현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총선에서 여야가 서로 합의해 원 구성을 할 수밖에 없는 국회구도를 만들어 주었다.

16대 국회의 원 구성은 총선에서 나타난 주권자의 집단적 명령 즉 총선 민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총선 민의는 21세기에 들어서 처음 구성된 16대 국회가 지난 세기에 우리 정치의 발전을 가로막은 불화 반목 불신에 기초한 상쟁의 정치, 그리고 아무 것도 생산해 내지 못하는 불임(不姙)의 정치를 청산하고 화해와 타협에 기초한 생산적 화합정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13代 與小野大때도 여당 몫

총선 민의는 현재 우리의 ‘민족시간’에 대한 정확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재 한국의 ‘민족시간’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에 선진적인 정치 경제 사회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하는 개혁의 시간이며, 동시에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냉전의 섬’인 한반도에 평화를 복원해야 하는 시간이다.

총선 민의는 상쟁의 정치를 지속할 경우 세계사적 민족사적 전환기에 안과 밖으로부터 밀려오는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으며, 따라서 동서화해 남북화해를 이야기하기 전에 여야화해부터 이루어내고, 국가적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생산적 정치를 실현하라는 것이다. 만약 새 정치의 출현을 바라는 총선 민의를 거역할 경우 정치권 전체를 집단적으로 퇴출시킬 준비가 돼있음을 이번 총선과정에서 분명히 보여줬다.

◁與野 화합-타협으로 해결해야

여야는 이러한 주권자의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먼저 16대 원 구성에서부터 무언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여야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당파적 이해에 연연하지 않는 초당적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국회의장으로 선출할 것에 합의해야 할 것이다.

새 국회의장이 초당적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취임 후 당적을 버려야 할 것이고, 이는 여야 원 구성 협상과정에서 확인돼야 할 것이다. 대화와 타협에 의한 원 구성은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치가 이뤄내어야 할 필수적인 과제이기 때문에 여야영수회담의 의제로 올려져야 할 것이다.

국회의장직 문제도 하나 제대로 여야간의 화해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우리 정치인들은 동서화해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며, 동서화해를 이룩하지 못하면서 남북화해를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박재창 "안정적 국회운영위해 제1당서…"

△ 48년 충남 서천 출생

△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 뉴욕주립대 행정학 박사

△ 한국행정학회 회장

△ 숙명여대 행정학과 교수

국회의장은 정부를 비롯한 국회 외부기관에 대해 국회를 대표하며 원내 제(諸) 세력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중재자다.

엄밀히 말한다면 방관적 중개자가 아니라 제3의 심판자다. 그렇기 때문에 원내 입법과정은 여야간의 이견을 조정해 나가는 정치적 타협의 장이라기보다는 국회의장의 결정을 여야가 존중하고 수용해 나가는 제 결과 판단의 체계라고까지 말한다.

따라서 국회의장은 어떤 국회 외부기관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하고 독자성과 권위를 견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 현실에서는 대통령이 여당을 매개로 국회의장 선출에 간여하고 그 이후의 국회운영 전반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 野서 맡아야 행정부 견제 가능

그 결과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나 고무도장의 날인자로 전락했으며 정치적 냉소주의가 우리사회에 확산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한 여당출신 국회의장이 선출될 경우 국회가 무력화되는 전철을 반복하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무력한 국회가 단순히 정치적 통합과 사회적 결속력에서만 뒤지는 것은 아니다. 정치 권력의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없으며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 비효율과 독단에 빠질 것은 물론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 결과는 이 나라에 대립적인 2 개의 의견이 공존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적어도 여당의 독주는 허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우리의 헌법이 정부와 국회 모두에 법률 제안권을 주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행정부와는 다른 국회 자신의 목소리를 입법 과정에 투입하자는 의도다. 이제는 우리도 국회의 독립적 지위가 이 사회의 정치적 안정을 향도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제1당 무시땐 국회파행 올수도

보다 더 다행인 것은 이번 선거의 결과 다수당이 없다는 사실이다. 원내 제1당이 국회의장을 차지하고 그 결과 입법부와 행정부가 사실상 여야에 의해 따로 조타되는 균열정부가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국회의 경우 야당에 의한 일방적인 횡포나 배타적 지배가 자리잡기는 어렵게 되어 있다. 국회의 자율권과 기관독자성을 확립하기에 최적의 기회를 맞았다는 의미다.

국회의장은 또한 원내 입법과정에서 안건을 위원회에 배정하며 특정 의원에게 발언권을 부여하고 투표 시기를 정하며 의사규칙을 최종 해석하는 것과 같은 의사 정리권과 질서 유지권을 갖는다.

첨예한 정치적 대립 속에서도 이해당사자들이 수용하는 이해관계 조율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회의장의 이런 문제 해결능력은 그가 국회 내부에서 확보하고 있는 인간관계와 네트워크에 의존하게 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의장은 보다 많은 국회의원의 정치적 지지와 존경을 받을 때 그에게 주어진 소임을 보다 더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회의장은 원내 다수파 속에서 나와야 제격인 셈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어느 정파에도 다수 의석을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어느 정당이든 국회의장을 당선시키려면 자기 당 외부에서 지지세력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 경우 당연히 원내 제1당을 중심으로 다수세력 결집에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며 또 순리적이다.

◁당적 버리고 초당적 운영해야

제1당의 존재를 무시하는 국회 운영이야말로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집권여당에도 정치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의회민주주의는 그것 자체가 힘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바탕으로 한다. 가이샤의 것은 가이샤에게 주어야 순리인 것이다.

다만 국회운영의 안정과 효율화를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오히려 어느 정파에도 속하지 않는 것이 보다 더 유리하다는 일부 의회주의 선진국의 교훈에 유의해 볼 필요가 있다. 국회의장이 당적을 떠나 파당적 편향성에 대한 의구심을 차단하는 것이 원만한 의회운영의 초석이라는 의미다. 선진국에서는 국회의장의 금욕적 중립성에 대한 보상으로 다음번 선거에서 여야는 국회의장 선거구에 아무도 공천하지 않는 정치적 예의를 지킨다.

특히 지금과 같이 여야간의 의석수가 어느 당에도 다수당을 허용하지 않을 때에는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을 전제로 원구성의 원칙에 대한 정파간의 이견 조율에 나서는 것도 지혜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