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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代 포커스 이사람]3選중진 입지다진 한화갑 민주당의원

입력 | 2000-04-21 20:09:00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의원은 어디가나 ‘동교동 비서출신’임을 내세우는 사람이다. 정치인으로서 독자성을 확보해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그는 “내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비서라는 사실을 세상이 다 아는데…”라며 손을 내젓는다.

그러나 3선고지에 오르면서 한의원의 언행에서 과거와는 다른 자신감이 엿보인다. ‘비서’가 아닌 ‘독자적 정치인’으로서의 입지(立志) 가능성에 대해 한의원은 “소신과 의리, 도의적 책임 등이 얽히는 게 정치판이지만 결국 정치인에게 중요한 것은 소신이다. 개인의 소신에 따라 행동하면 그늘이 필요없다”고 얘기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다음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도전할 뜻도 분명히 밝힌다. 요즘엔 낙선자들을 만나 열심히 위로한다. 27일에는 호남지역 당선자들과 만찬 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물론 당 중진으로서 일상적인 행보이지만 당 안팎에선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행보’라는 시각이 더 지배적이다.

이인제(李仁濟)상임고문 등 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9월 전당대회 연기론이 한의원에겐 ‘부담’일 수도 있다. 당 체제 정비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 한의원은 “전당대회 시기는 지도부가 당론을 모아 결정하지 않겠느냐”며 이론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는 “15대에 비해 위상이 강화될 수밖에 없는 16대 국회에서 김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당이 정치의 복판에 서서 여당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논리로 당 체제 정비가 시급한 당면과제라는 ‘원칙론’을 강조하는 데 더 역점을 둔다.

지금 한의원에겐 ‘동교동’ 계보원으로서의 소속감도 과거와는 다를 법하다. 사실 그동안 상도동과 함께 민주화 세력의 양대 산맥을 이뤄왔던 동교동계는 김대통령의 집권 이후 단일 계보로서의 단결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상당한 분화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게 현재 민주당 내의 일반론이다. 이번 총선과정에서 몇몇 후보의 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동교동 실세들간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었다.

이에 대해 한의원은 “향후에도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우리(동교동계)끼리 상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며 여전히 조심스러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원의 향후 행보가 ‘동교동 내’에 국한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한의원이 여소야대의 국회운영과정에서, 그리고 김대통령의 ‘후계구도’ 형성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독자성을 가지고 어떤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ys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