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소설 강의 기고를 통해 ‘야함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마광수 (연세대 국문과 교수)가 여섯 번째 장편소설을 선보였다. 해냄출판사가 두 권으로 묶어낸 소설의 제목은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작가는 ‘천일야화’의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램프의 요정 ‘세헤라자데’를 등장시켜 주인공 ‘작가 마광수’의 소원을 마음껏 들어주도록 한다. 52개의 에피소드 속에서 주인공은 아랍의 하렘, 황진이가 사는 송도, 외계인이 사는 ‘야해라 별’ 등으로 자유로운 환상의 관능여행을 떠난다. 라일락의 아찔한 향내와 진달래의 관능적 색채가 한데 어우러져 넘실대는 봄날의 캠퍼스에서 작가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를 등장시킨 의도는 무엇인가.
“알라딘은 개구쟁이 어린아이다. 어린아이같은 솔직함이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했다. 램프를 문질러야 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육체적 사랑을 솔직하게 나눌 때 행복을 얻게 된다는 상징도 된다.”
-지금까지의 책과 달리 여러 에피소드가 잡다하게 섞여있는데.
“의식적으로 잡탕을 만들었다. 단편의 시대도, 대하의 시대도 지나고 앞으로는 옴니버스 소설의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책 서두에서 ‘소설의 재미를 가벼움의 미학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힌 뜻은.
“경건주의 엄숙주의를 멀리하겠다는 얘기다. ‘폼’을 잡아야 본격문학으로 취급하는 것은 대중성을 중시하는 세계적 경향과도 맞지 않는다.”
-‘즐거운 사라’ 파문과 뒤이은 구속 해직사태 이후 자기검열이 생기게 됐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세헤라자데 나이를 16세에서 19세로 올리고, 게이와 애무하는 장면도 키스로 고치는 등 많이 바꾸었다. 괴로운 것은 이것이 ‘안개속의 공포’라는 점이다. 어떤 부분이 문제될지 짐작할 수가 없다.”
-페티시즘(물건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나 사디즘(가학적 성욕)같은 특수한 취향을 보편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그 반대다. 나는 다원주의자다. 사디즘이나 페티시즘도 퇴폐가 아닌 개성으로, 탐미적 성향의 일종으로 이해해달라는 것이 나의 의도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章)이 있다면.
“황진이에 관한 장, ‘아라베스크’장 등 동서양의 탐미적 상징을 혼합시킨 부분이 잘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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