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갑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부총재는 당내에서 상황분석과 추진력이 뛰어난 인물로 평판이 나있다. 별명은 ‘최틀러’.
그래서 모든 것이 새롭고 불확실한 총선 후 ‘안개정국’ 속에서 그에게 시선이 쏠리는지 모른다.
최부총재는 23일 “총선 민의는 정치권이 진정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것”이라면서 “여야 모두 이같은 민의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즘 당내 화두인 전당대회 개최시기와 총재 부총재 경선문제 등보다는 국가적 과제에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였다.
최부총재는 한나라당의 향후 과제로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와 협력의 적정한 수위조절 △여야 대립 해소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디지털혁명에 대한 대비 등을 꼽았다.
그는 한나라당이 제1당을 차지한 배경에 대해 “(정부 여당과) 협력할 것은 협력하되 견제해야 할 사안은 확실하게 견제하라는 유권자들의 주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당 지도부는 무엇을 협력하고 무엇을 견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리더십 시험’에 들었다는 것.
최부총재는 여야간 오해와 대립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특별검사제 상설화를 제안했다. 특검제를 도입하면 선거사범 수사나 사정의 편파성 시비를 둘러싼 여야간 격돌과 이로 인한 정쟁(政爭)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또 디지털 혁명에 올바로 대응하지 못하면 국가위상이 2, 3류로 떨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 문제에 관한 한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경남 산청출신으로 부산고를 나온 최부총재는 영남출신이면서도 정치적 기반을 서울에 둔 인물. 또 97년 대선후보 경선과 98년 서울시장 선거에 의원직을 버리고 나서는 등 ‘정치적 야심’을 드러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현 상황에서는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다시 한번 당을 맡기는 게 순리”라며 “나는 부총재 경선을 하면 거기에 도전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총재 측근은 아니지만 이총재가 당을 이끄는 동안 최대한 협력할 생각”이라면서 “이총재가 다시 대선후보로 나설 수 있을지는 앞으로 1년여 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총재가 당선이 확실한 대선후보가 된다면 좋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때 가서 당원들의 뜻에 따라 내 거취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해 대권도전이 궁극적 관심사임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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