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이 전쟁터로 변했다.
23일 케냐의 나이로비 모이국제경기장에서 열린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아프리카 지역 5조 예선 케냐-말라위의 경기.
원정경기에서 0-2로 패했던 케냐가 홈경기에서도 종료 직전까지 한 골도 못 넣고 0-0으로 부진하자 흥분한 관중이 폭도로 변했다.
2만여 관중 중 많은 사람들이 경기 종료 몇 분을 남기고 일제히 병과 돌을 던지고 좌석을 뜯어 불을 지른데다 이들 중 수십명이 그라운드로 난입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해 경기장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폭도로 변한 일부 관중은 케냐축구대표팀의 졸전의 책임을 물어 나이지리아 출신의 크리스티안 추크우 감독을 혼내줄 심산으로 벤치를 향해 뛰어들었고 이를 막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현장에 있던 국제축구연맹(FIFA) 아즈미 히삼 감독관은 선수와 관계자 보호를 위해 경기 취소라는 비상 조치를 취했다.
앞으로 케냐축구연맹은 FIFA에 진상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조사가 뒤따르겠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케냐의 예선 탈락은 불을 보듯 뻔한 일. 나이지리아와 함께 아프리카축구의 기수를 자처했던 케냐축구가 팬의 낮은 관전 태도와 함께 몰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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