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팬더’에서부터 최근에 리바이벌 된 ‘토머스 크라운 어페어’에 이르기까지 영화 속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도난 경보장치나 금속 셔터 등이 작동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실제 미술관의 경비 시스템은 어떨까. 많은 전문가들은 현실 속의 미술품 절도범들이 영화 속의 절도범들과 다른 것처럼 영화 속의 도난 방지장치와 현실 속의 경비 시스템도 다르다고 말한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소장품의 도난 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당대의 걸작 미술품이나 역사적 보물들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술품들이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기 시작하면서 경비 관계자들의 심경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미술품 도난사건이 얼마나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믿을만한 통계는 없지만, 인터폴(Interpol)은 도난된 미술품의 가격을 달러로 따졌을 때 미술품 도난 범죄의 규모가 마약 밀수, 돈세탁, 무기거래 다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장품을 절도범들로부터 보호하면서 동시에 관람객들의 전시품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으려면 매우 섬세한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콜로니얼 윌리엄스버그의 경비 책임자인 대니 맥대니얼은 “경비 부서 사람들과 큐레이터들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존재한다”면서 “경비 부서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물건들을 아무도 볼 수 없는 곳에 감춰두고 싶어하는 반면, 큐레이터들은 사람들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물건들을 놓아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미술관과 박물관들은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온갖 장치들을 이용한다. 문과 창문에 경보장치가 달려있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출입구를 감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도둑이 낮에 관람객을 가장하고 들어와서 밤이 될 때까지 안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도둑들에게 대항하는 수단으로는 동작 감지기, 적외선 센서, 초음파 탐지기 등이 있다. 적외선 센서는 방 안의 온도변화를 감시함으로써 체온이 있는 사람이 방에 드나드는 것을 알아챌 수 있고, 초음파 탐지기는 음파에 이질적인 물체가 잡혔을 때 경보를 울린다.
극초단파 탐지기도 초음파 탐지기와 같은 원리로 작동하지만 벽 속에 숨길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니고 있다.
이밖에 각각의 전시품을 보호하는 장치들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미관을 해치는 예전의 금속 띠 대신 쓰이고 있는 음향 탐지기는 25센트짜리 동전만한 크기로, 전시품을 감싸고 있는 유리가 깨지거나 잘렸을 때 경보를 울린다. 특정 전시품에 카메라 초점을 맞춰놓고 그 전시품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생겼을 때 경보가 울리도록 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일부 미술관과 박물관에서는 모든 소장품의 위치와 이동여부를 알려줄 수 있는 무선 송신기를 소장품에 부착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장치들로도 무장강도들은 막을 수 없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경비 시스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부인사가 관련된 도난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비 전문가들은 아무리 훌륭한 장비를 갖추고 있어도 결국 모든 것은 그 장비를 조종하는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고 말한다.
(http://www.nytimes.com/library/arts/041900mus-securit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