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극’을 벌이기 위해 자신의 애인을 옛 직장 동료와 결혼시켜 남편 명의로 거액의 교통상해보험에 들도록 한 뒤 애인의 남편을 살해한 뒤 교통사고로 위장하고 범행이 들통날 것을 우려해 애인까지 살해한 20대 주범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옥천경찰서는 23일 강모씨(29·대전 중구)를 살인 혐의로, 공범인 차모(30) 김모씨(25)를 살인 및 시체유기 혐의로 구속했다.
▼범행 모의▼
강씨는 대전에서 인쇄소를 하다 지난해 7월 부도를 낸 뒤 평소 자주 드나들던 커피숍 종업원 김모씨(23)와 동거를 시작했으나 생계가 어렵자 애인 김씨와 ‘보험사기극’을 모의했다.
강씨와 김씨는 10여년 전 인쇄소 종업원으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노총각 김모씨(34)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강씨는 김씨에게 애인 김씨를 소개시켜 지난해 10월 17일 혼인신고를 하도록 한 뒤 그달 말 K보험사 등 11개 보험회사의 교통상해보험에 들도록 했다.
애인 김씨는 보험사에 남편 명의로 5개의 보험(사고시 보험금 수령액 5억7000만원)에 들면서 범행후 의심을 피하기 위해 자신도 6개의 보험에 가입했다.
강씨는 인쇄소 주변에서 일하던 차씨 등 2명에게 1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해 이들을 범행에 끌어들였다.
▼범행▼
강씨는 애인의 남편 김씨를 죽여 교통사고로 위장하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6일 오후 9시경 애인에게 “밤낚시를 가자”고 졸라 남편을 대전 동구 신천동 K기도원 주변으로 유인하도록 했다.
으슥한 곳에서 차를 타고 기다리고 있던 강씨 등은 애인과 김씨가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순간 김씨만 목 졸라 살해한 뒤 시체를 주변 야산에 버렸다.
강씨 등은 이틀 뒤인 8일 오후 11시경 김씨의 시체를 김씨의 티코 승용차 운전석에 앉힌 뒤 충북 옥천군 안내면 인포리 대청호 길가에 버렸다. 이들은 승용차의 사이드미러 등을 돌멩이로 부숴 교통사고로 위장했다.
강씨는 경찰에서 “주말 사고의 경우 보험금을 더 많이 탈 수 있어 범행 날짜를 토요일로 잡았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죽은 김씨가 거액의 보험에 든 것을 이상히 여긴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애인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지난해 11월 22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 Y여관으로 유인해 “동반 자살하자”며 유서를 쓰게 한 다음 김씨를 목졸라 실신시킨 뒤 손목의 동맥을 흉기로 끊어 살해했다.
▼경찰수사▼
경찰이 대청호변에 교통사고 변시체가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것은 지난해 11월 10일. 그러나 승용차의 상태가 사람을 숨지게 한 교통사고로 보기에는 너무 멀쩡했고 시체에 외상이 없는 점 등으로 미뤄 누군가 살해한 뒤 유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강씨의 애인 김씨는 경찰이 보험 살인극을 의심하자 “나도 보험에 들었지 않느냐”며 범행사실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티코 승용차에서 발견된 낚싯밥 포장지의 지문이 강씨의 것으로 밝혀지면서 수사가 급진전했다.
경찰 수사결과 강씨는 98년 9월 자신의 인쇄소가 경영난을 겪게 되자 화재보험에 든 뒤 임모씨(28) 등에게 인쇄소에 불을 지르게 해 보험금 4900여만원을 타내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화재사건 처리 당시에는 보험사기극인 줄 몰랐으나 이번 수사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임씨도 구속했다.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