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최근 세계은행(IBRD)과 국제통화기금(IMF) 합동회의가 열리자 이들이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주범이라며 항의시위가 잇따랐다.
시위단체를 통괄하는 ‘세계 정의 구현을 위한 운동(MGJ)’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세계화’에 대한 노여움이 대단했다. 세계은행이 제3세계 등에 대해 이렇게 큰 경제적인 죄악을 저지르고 있었다니.
MGJ는 필자를 ‘세계적 자본에 고용된 도구’라고 평가했다. 몹시 속상한 일이지만 차제에 경제 전문가들의 정치적 편향에 관해 논하고자 한다.
대학 내 경제학 연구는 대부분 정치적 편향이 없다. 그렇다고 대학교수인 내가 이 칼럼에 쓰는 것이 항상 옳다거나 대학 연구자들이 고상하다는 뜻은 아니다. 성공한 경제학자는 대개 커다란 아집을 가진 야망가다.
▼'고용된 총잡이들' 활보▼
‘총잡이들’, 즉 특정한 정치 경제적 세력에 고용된 경제 전문가들은 하버드대나 시카고대에서 설치는 대신 워싱턴을 활보한다. 대개 2류 경제학자인 이들은 이념적 편향이 없는 책을 내면 독자가 거의 없으나 편파적인 책을 내면 초청연사로 불려 다니게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정 정파에 가까운 잡지 편집진이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되면 그럴듯한 논쟁에 끼어들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그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들은 대개 후원자의 이익을 위해 봉사한다. 대개는 돈 많은 우파를 위해 일한다. 돈에 대한 사랑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인기에 대한 사랑, ‘사회운동’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악의 제국(미국)’에 거역하는 사상에 대한 사랑 역시 지성을 황폐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것들을 사랑하다보면 명백한 사실조차 부인할 때가 있다. 검색 엔진과 데이터베이스가 놀랍도록 발전한 지금, 사실 확인을 위해 특별히 애쓸 필요가 없다. 만일 어떤 조직이 구체적인 사실을 제시하지 않고 만날 같은 소리만 한다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
▼천편일률적 시각 피해야▼
진정한 전문가는 천편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시각은 피하려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컬럼비아대 자그디시 바그와티교수는 확고한 자유무역주의자이나 자본의 단기이동을 규제하지 않는 것은 몹시 비판한다. 언뜻 모순된 견해 같지만 이는 정직한 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우파 성향의 헤리티지재단이나 좌파 성향의 경제정책연구소(EPI)는 각각 체면 때문에 그들에게 유리한 세금항목, 혹은 무역자유화 사례만 찾아내려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구체적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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