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이 끝나고 일주일쯤 지난 21일. 민주당 조순형(趙舜衡·서울 강북을·사진)의원은 김정길(金正吉)법무부장관 앞으로 서신을 보냈다. 미얀마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인 뒤 한국으로 들어왔다가 불법체류자로 체포돼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샤린(가명)에 대한 난민신청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국회 법사위원인 조의원은 이어 24일에는 여야 영수회담에서 인권법 등 법사위 소관 법안의 조속한 처리에 합의하자 의원회관에서 관련자료를 다시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 선거로 5선 고지에 오른 조의원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최우수 의정활동의원이란 명성에 걸맞게 다시 의정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중진이 너무 의정활동에만 매달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중진의원이 당무나 당내정치에 치중하는 잘못된 관행 때문에 국회와 정치가 제기능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진의원들이 의정활동에서 책임의식을 갖고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국회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
그런 탓에 고위당직에는 뜻이 없는 ‘무욕(無慾)의 정치인’으로 비쳤던 조의원이 25일 9월의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혀 관심을 끌었다. 여야의 정쟁(政爭)과 의원들의 방관 때문에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지 못해 불신을 받고 있는 정치현실의 개선에 일조하고 싶다는 게 출마의 변.
조의원은 “그동안 집권당이 당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눈치만 보고 정국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정치파행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며 “지도부에 참여해 이런 체질을 개선해 당이 정국운영을 주도하는 한편 국회가 정치의 중심에 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주위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로 김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았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점도 조의원이 경선 출마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라는 것. 지난해 8월 청와대에서 열린 구(舊)국민회의 중진 초청오찬에서 김대통령에게 김현철(金賢哲)씨 사면 유보와 내각제 유보시 DJP의 공동사과, 집권당의 위상확보 등을 건의한 것이 단적인 예.
그는 또 “당지도부 회의에서 구체적인 현안이 상정되면 이에 대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토론 없이 정책위에서 알아서 하라고 떠넘기는 게 현실”이라며 지도부의 현안에 대한 이해부족의 대표적 사례로 국민연금파동을 꼽았다.
‘성실한 의정활동과 소신 원칙 청렴’ 등을 무기로 의정개혁과 당내 민주화를 외치는 조의원의 목소리가 얼마만큼 파장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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