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병처럼 짧은 목에 투명한 병이 특징인 스웨덴산 보드카 ‘앱솔루트’.
별 특징이 없어 보이는 병이지만 코카콜라 병과 함께 20세기에 가장 널리 알려진 병으로 꼽힌다. 이 병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일련의 시리즈 광고가 대성공을 거뒀기 때문.
앱솔루트 보드카가 광고계에서 이룩한 신화는 1978년 미국시장 출시에 맞춰 TBWA와 광고대행 계약을 맺으면서 부터 시작된다. 경쟁제품인 ‘스톨리치나야’는 제품명에서부터 보드카 냄새가 물씬 났지만 앱솔루트는 그렇질 못해 TBWA는 광고의 컨셉트 설정에 애를 먹었다.
TBWA는 일단 제품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기로 했다. 다른 장식 없이 앱솔루트 병 자체를 ‘주인공’으로 부각시키고 ‘Absolut ∼’식의 카피를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전략은 ‘일단 초창기엔…’이라는 단서를 달고 시작했지만 20년간 변하지 않았다.
날개를 단 병과 ‘Absolut Heaven’이라는 카피를 통해 ‘천상의 맛’임을 강조한 광고, ‘Absolut Perfection’이라는 카피와 함께 병 위에 ‘천사표시’의 동그라미를 얹은 광고….
돋보기를 사용한 광고는 병에 적힌 ‘Country of Sweden’을 부각시켰다. 이 광고가 집행될 당시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침공, 대한항공(KAL) 여객기 격추 등으로 인해 세계인의 원성을 사고 있었기 때문에 앱솔루트는 스웨덴산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
이처럼 ‘병’과 ‘단순한 카피’라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조금씩만 변화를 주는 전략이 바로 각종 광고제에서 수백 번 상을 받은 앱솔루트 광고의 경쟁력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앱솔루트 광고는 단연 인기였다. 대학생들은 우표 수집을 하듯 광고를 모았으며 가판대에서는 잡지에서 광고만 오려내어 팔기도 했다. 도서관에 비치된 잡지에서 앱솔루트 광고를 오려가지 못하도록 직원들이 불침번을 서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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