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영엔젤클럽.’
회사명만 봐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에 돈을 대는 개인투자자들의 모임 같아 보인다. 그러나 이 회사가 올들어 투자를 결정한 4개 벤처회사 중 3개사는 중소제조업체.
이 회사는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모자를 만드는 업체에 22억원을 투자하는 등 제조업체에 수십억원씩을 투자했다. 이정조(李定祚)사장은 “인터넷붐에 편승해 구체적인 수익모델이 없는 인터넷 벤처기업보다는 단기간에 이익이 나는 중소업체에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품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하겠다는 것.
한때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무슨 벤처투자냐”고 비아냥거리던 창업투자회사들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벤처기업의 거품론이 불거지면서 굴뚝형 중소제조업체, 통신장비 제조업체에 돈이 몰린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보다 ‘미들 리스크, 미들 리턴(middle risk, middle return)’의 투자패턴이 확산되고 있는 셈.
두달 전 설립된 플래티넘 기술투자는 최근 4건의 투자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가 투자를 고려하는 업체는 네트워크 장비나 첨단소재제품 생산업체. 단순히 회원 수를 자랑하면서 ‘뜬구름 잡는 업체’에는 눈도 돌리지 않는다.
이창수(李昌洙)사장은 “1, 2년 뒤에 어떻게 이익을 낼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공하는 업체에 주로 투자할 것”이라며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요즘 벤처 캐피털리스트의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무한기술투자는 이달 중순 현대중공업 메디슨 등과 함께 2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이번 펀드는 정보통신관련 제조업 벤처에만 집중투자하는 것이 특징. 교환 전송장비,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 무선 단말기, 디지털TV, DVD플레이어 생산기술관련 벤처가 주요 대상이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이같은 투자패턴 변화를 “미국의 골드러시 때 불확실성이 높은 광산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금을 캐러 몰려드는 광원이나 광산회사를 상대로 청바지나 곡괭이를 파는 업체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던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물론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지했다기보다는 투자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투자회수 시점이 오래 걸리는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단기간에 투자회수가 가능한 제조업 벤처에도 투자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물산 벤처투자팀인 골든게이트 문영우(文永佑)팀장은 “실력 있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적다보니 ‘어떤 업종은 되고 어떤 업종은 안된다’는 유행을 따라서 투자를 하게 되고 이에 따라 코스닥도 냄비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창투사별로 전문화의 길을 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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