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봄밤, 꽃내음과 함께 시작됐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8일 오후 전북대 문화관에서 1800여명의 초청인사와 관객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
영화배우 안성기와 김민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은 전통예술의 고장답게 사물놀이 공연으로 막을 올렸다. 피아니스트 임동창과 사물놀이 ‘두드리’패가 ‘새야 새야’를 피아노와 사물놀이의 협연으로 연주한 공연, 한국음악예술단과 ‘천지소리’의 역동적인 장구와 모듬 북 공연은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았다. 개막 공연 직후에는 개막작인 홍상수 감독의 영화 ‘오, 수정’이 상영됐다.
이날 개막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전주는 50년대에 이미 자체 지역 영화사가 설립되고 한국 최초의 총천연색 영화를 제작하는 등 한국영화의 메카였던 곳”이라며 “이 영화제를 통해 전주가 ‘지구의 예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주국제영화제는 5월4일까지 열리며 23개국에서 온 17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28일 현재까지 전체 12만석 중 4만여석이 이미 예매로 판매됐다. 개막작 ‘오,수정’과 샹탈 애커만 감독의 ‘집에서 온 소식’ 등은 일찌감치 매진을 기록했다.
또 과격한 성적 표현으로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의 화제작이었던 프랑스 영화 ‘로망스’와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 ‘포르노그라픽 어페어’, 일본영화 ‘러브레터’의 남자주인공 후지이 이츠키 역을 맡았던 가시와바라 다카시가 출연한 ‘지금, 죽고 싶은’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영화 중에는 국내 개봉판이 아닌 인터내셔널 버전을 공개하는 ‘인터뷰’(감독 변혁)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제로 디그리’를 만든 왕자웨이 감독, 미국 할리우드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콘먼 감독 등이 참석한다. 한국 영화 특별상영에 맞춰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신상옥 최은희씨도 자리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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