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자녀 등 과외 소외계층이 영어회화 교습 등을 받을 경우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는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의 발언이 교육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문장관이 30일 KBS ‘일요진단’에서 꺼낸 말은 공교육을 강화해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줄인다는 교육부의 기본 정책과 어긋날 뿐 아니라 ‘공교육과 사교육이 손을 잡는 공생(共生)’을 뜻해 과외 정책의 일대 전환을 시사하기 때문.
교육부 실무자들은 문장관의 발언에 따라 정부가 과외비를 학원 또는 학생에게 직접 지원하거나 학교에서 유능한 강사를 초빙해 교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저소득층 자녀에게 컴퓨터 교습비를, 인문계 직업과정 학생에게 직업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과 저소득층 자녀에게 과외비를 지원하는 것이 공교육의 보완이라는 점에서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는 ‘큰 착각’이라고 지적한다. 컴퓨터 교습비와 직업교육비는 학교의 시설 및 교사 부족으로 학교에서 실시하기가 불가능한 교육을 사교육이 대신하는 것인 반면 과외비 지원은 공교육의 교육과정에 대한 학습을 사교육에 맡기는 격이라는 것. 또 이는 공교육이 사교육에 뒤진다는 것을 인정하고 ‘백기를 드는 꼴’인 셈이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교육유효도 평가를 실시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학교에서 책임지고 지도한다는 정책을 여러차례 밝혔다. 과외비 지원은 이런 정책과도 어긋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김재춘(金載春)책임연구원은 “일본에서 교사가 학습 부진아에게 학원에서 지도를 받을 것을 권유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학원비를 대주지 않는다”면서 “일본 학원은 학교 교육과정을 앞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뒤진 과정을 만회시켜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학원들은 학교 교육과정을 1∼2주 앞서 가르쳐 학생들이 ‘학원에서 배우고 학교에서 잠잔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과외비 지원은 공교육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전풍자(田豊子)대표는 “공교육을 맡고 있는 교육부가 저소득층 자녀의 과외비를 지원한다는 것은 쉽게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면서 “지금은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ha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