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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충무로]박효성/가족관객이 주는 감동

입력 | 2000-05-01 19:47:00


영화계 종사자들은 영화의 주 관객층, 즉 영화를 가장 즐겨보는 젊은이들의 기호와 문화적 특성, 정서를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할리우드의 영화를 수입 배급하는 나도 물론 그렇다.

미국 본사에서 제작 중이거나 개봉을 준비하는 작품들을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은 특권이기도 하지만, 마케팅 전략을 짜기 위해 같은 영화를 수 십 번씩 보게 되면 그 특권은 어느새 고역이 된다. ‘개봉했을 때 관객의 반응은 어떨까?’ 이런 긴장과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는 한 30번쯤 봤고 내용과 대사 모두 어려웠던 영화로 기억되지만, 영화의 성공이 모든 것을 보상해줬다.

고등학생이 된 큰 아들은 어떤 면에서 나와 젊은 세대를 연결해주는 ‘파이프라인’역할을 한다. 함께 본 영화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한다.

지난해 ‘매트릭스’ 개봉 때 나는 현재와 미래를 수시로 오가는 이 작품의 복잡한 구조가 사실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아들이 너무 쉽게 영화에 대해 설명했다. 아들을 통해 젊은 세대의 생각을 엿보면서 가끔 젊어진다는 느낌도 갖는다.

중년 부부가 극장 나들이를 하며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는 것도 반갑고 흐뭇한 일이다. 또 초로의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극장을 찾는 아들 딸을 보거나, 어린 꼬마 관객의 손을 잡고 입장하는 가족을 볼 때도 감동적인 영화 한 편을 관람하는 것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떤 면에서 영화는 나이와 성별, 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다투고 갈라선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 데 적합한 수단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요즘 영화는 너무 젊은 세대에 맞춰 감각적이거나 자극적인 게 아닐까? 나를 포함해 영화계 종사자들이 좀 더 다양한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한번 해 보고 싶은 일이 있다. 가족사진을 갖고 온 관객을 ‘무료’ 입장시키면 어떨까?

박효성(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