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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건강]내 남자의 몸값

입력 | 2000-05-01 23:38:00


요즘 신나리 여사의 마음은 환한 봄날이다. 얼마 전 남편이 새로 옮긴 회사에서 받은 첫월급이 입금된 급여통장을 받아 들었을 때의 들뜬기분이 아직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에 받았던 월급의 2배에 가까운 돈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놀라움이라니…. 내 남편 몸값이 이렇게 뛰었나, 생각하니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축구나 야구를 하지 않고도 억대의 연봉을 받는다는 얘기를 요즘 심심찮게듣는다. 이는 직장을 옮겨다니는 것이 흠이 되지 않는 분위기와 절대 무관하지 않을 테니 아무래도 IMF로 인해 비롯된 게 분명한듯싶다. IMF 극복을 위한 정리해고는 ‘평생직장의 미덕’을 사라지게만들지 않았던가? 조직에 목을 매던 고령의 ‘회사인간’들이 IMF의 파도에 쓸려간 자리를 젊은 피가 채우면서 퇴직금 대신 고액연봉과 스톡옵션 등 새로운 몸값 매김의 관행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외신보도를 통해 간간이 전해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변화가 더 극심하다. 제너럴리스트가무너지고 스페셜리스트만 떠오르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평생직장을 신앙처럼숭배하던 분위기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다. 전문가로크기 위해 처음부터 자기가 원하는 직종의 일을 주지않으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다는 대졸 신입사원. 국내기업이 주는 월급의 세배를 주어도 가지 않던 외국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이제는국내기업보다 낮은 월급에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엘리트 청년들. 이런 모습의 일본은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일본이 절대로 아니다. 이런시장에서는누가 얼마나 더 받게 될까? ‘프로 샐러리맨’의 몸값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프로 샐러리맨이라 해서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연봉제로 계약하는 샐러리맨은 모두 프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는 박찬호가 되고,나는 정민태가 되는 것이다. 박찬호는 왜 48억을 받고, 정민태는3억을 받는가? 경제원리는 이 문제를 두 가지 시장 요인으로 설명한다. 연봉을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생산성이다.박찬호가 다른 메이저리그 투수에 비해 많이, 혹은 적게 받는 것은 생산성이 그만하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생산성이 주먹구구로 측정된 것은 절대로 아니다. 피눈물나는 연습과 훈련으로 누구나 다 선두그룹에 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노력 없이 우뚝 솟아오르는 사람은 없다. 프로 샐러리맨도 마찬가지다. 자기 적성과 재능에맞는 직종에서 실력을 연마하지 않고 억대연봉의 대열에 끼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것은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 흥부전처럼 늘 간단치만은 않다. 미국에서 공을 던지는 박찬호와 한국에서 공을 던지는 정민태의연봉 차이를 어찌 실력의 차이로만 볼 수 있겠는가? 연봉은시장의 규모에도 달려 있다. 시장의 규모가 크면 같은 생산성으로도더많이 벌 수가 있는 것이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경우에는더욱 그렇다. 박찬호가 정민태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은미국시장이 국내시장보다 더 크기 때문이고, 또 정보통신직종에 일찍뛰어든사람의 몸값이 높은 것은 이 업종에 대한 시장수요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편도 과외를 시키자 이런 원리를 알고 나면 샐러리맨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방법을 쉽게짐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전망이 좋은 직종을 선택하는일이다.그런 직종을 고르는 데는 장기적인 비전이 필요한만큼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또 한때 인기가 있다고 해서 평생 가는 법도 없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과감하게 말을 바꾸어 탈 마음의 준비를 늘 하고 있어야 한다. 일관성 있게 경력을 쌓아두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관련 학과를나왔다거나,같은 일에 오래 종사했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 다.그 정도의 인력은 널려 있기 때문이다. 남이 알아줄 만한 실적 은훗날을 위해 일일이 꼼꼼하게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 또 특별히 알아줄 만한 자격증이나 공인된 교육기관으로부터 받은 수료증을 잘 이용해도 쉽게 자신을 남과 차별화할 수 있다. 내 남편의 몸값, 더 나아가 내 가족의 경제력을 키우기 위해 주부는 어떤역할을 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학원으로 매몰차게 내모는 주 부들도 남편 교육에는 의외로 무심하다. 아이들 대학 보내는 것보다 남편진급시키는 일이 더 어려워지는 세상이 아닌가. 퇴근 후에 술 집을전전하거나, TV 드라마로 브레인을 오염시키는 남편을 그대로 내버려두어서는안 된다. 남편에게도 과외를 시켜야 한다. 일찍 깨 워서영어학원에도 보내고, TV 대신 인터넷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 도록 좋은 PC도 마련해주면서 녹슬지 않게 조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남자의 평생직업은 평생부인이 관리하기에 달려 있다. 김종선 교수는 누구… 1956년생으로 81년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했다. 투자신탁회사 에다니던 중 틀에 박힌 샐러리맨 생활이 싫어 과감히 직장을 그만 두고미국으로유학해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땄다.현재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작년 12월 일상생활 의 경제행위를 흥미롭게 적은 책 를 펴내 화제를 모으 기도했다. 일반인에게 까다롭게만 느껴지는 경제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재주를 가진 그는 잠들기 전 반드시 소설을 읽는 습성을 갖고 있다. 홈페이지 http://www.kebi.com/~economy 이메일 주소jseonkim@mail.kyu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