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부터 한국실업배구대제전이 열리고 있는 강원 동해시는 최근까지 이 일대를 휩쓸고 간 산불로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큰 고통을 겪고 있는 곳.
경기가 열리는 동해실내체육관도 하마터면 불길에 휩싸일 뻔했을 정도였다는 시 관계자의 말처럼 체육관 바로 옆을 감싸고 있는 주위 산들도 시꺼멓게 타버린 나무들이 사나운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민들이 여전히 산불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에서 어떻게 대회가 열리게 됐을까.
실업배구연맹은 지난달 산불소식을 접한 뒤 개회장소 변경을 심각히 고려했다. 하지만 동해시가 펄쩍 뛰었다. 모든 주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는데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대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주민들이 얼마나 실망하겠느냐는 것. 또 산불 이후 관광객들마저 크게 줄며 도시가 활력을 잃은 상황에서 배구인들이라도 찾아와 북적거린다면 그나마 주민들이 재기 의욕을 되찾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업배구연맹측은 즉시 개최지 변경을 없던 일로 하고 대회 예산중 1000만원을 산불복구기금으로 기탁키로 했다. 또 대회 수익금 전액도 이재민 돕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에 동해시민들은 연일 체육관을 가득 메운 채 선수들의 파이팅에 갈채를 보내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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