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과연 ‘법의 심판대’에 설 것인가.
‘과거 청산’ 작업을 벌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검찰은 지난달 수하르토의 자녀들을 소환 조사한 데 이어 1일 수하르토와 연관된 자선재단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수사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검찰 수사〓검찰은 지난달 27일 수하르토가 집권 시절 설립한 7개 자선재단 중 수퍼르세마르재단 사무실을 급습해 재단운영 관련서류를 압수한 데 이어 1일 다르마이스재단을 압수 수색했다.
세금면제 혜택을 누리며 국가 공금을 마음껏 써온 이들 재단이 수하르토 일가의 부정축재 도구로 이용됐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시각.
검찰은 지난달 중순 수하르토의 장녀 시티 하르디얀티 루크마나와 차남 밤방 트리하트모조를 소환 조사했고 수하르토의 절친한 친구이자 ‘자금줄’이었던 재벌총수 모하메드 밥 하산을 공금유용혐의로 체포했다. 검찰은 수하르토에게도 세차례 소환장을 보냈다. 수하르토는 고령(79세)과 건강을 핑계로 출석에 응하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따라 검찰은 지난달 13일 수하르토에 대해 6개월 출국금지와 함께 자카르타를 벗어날 수 없도록 20일간의 ‘도시 연금 명령’을 내렸다. 이 명령은 기한이 만료된 1일 40일간 재연장됐다. 비리 연관 의혹이 있는 부동산 등 수하르토의 재산 일부는 이미 압류됐다.
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것은 압두라만 와히드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2월. 1차 검찰 수사는 98년 이뤄졌으나 수하르토의 ‘하수인’이라는 평을 들었던 바차루딘 J 하비비 전정권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수사를 종결했다.
▽수하르토 일가 재산 규모〓‘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 주식회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수하르토 일가는 항공기 자동차 금융 석유 부동산 백화점 등 각종 산업을 독식해 왔다. 미국의 경제전문 격주간지 포브스는 98년 수하르토가 160억달러의 재산을 보유한 세계 6위의 거부라고 소개했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해 5월 특집기사를 통해 수하르토 일가의 총재산이 한때 730억달러였고 아시아 경제위기에 따른 자산손실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15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수하르토는 사임 후 스위스은행에 예치한 90억달러를 오스트리아은행으로 이전하는 등 재산 대부분을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소유한 땅은 벨기에보다 더 넓은 360만㏊에 이르며 무려 564개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다고 타임은 전했다. 수하르토 일가는 이를 전면부인하고 타임을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해 현재 270억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전망〓수하르토 일가에 대한 법적 처리 문제는 와히드 정권에도 큰 부담이다. 수하르토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열망이 강한 만큼 보수 세력의 반발도 만만찮기 때문.
따라서 와히드가 수하르토를 실제 처벌하기보다는 타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는 전망이 많다. 정부는 이미 ‘조사는 하되 처벌은 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와히드대통령과 헌법상 최고권력기구인 국민협의회(MPR)의 아미엔 라이스의장도 “수하르토가 비리사실을 인정하고 부정축재한 재산을 국가에 헌납할 경우 사면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수하르토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르주키 다루스만 검찰총장도 최근 “정치적 결단이 8월경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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