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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테크노-힙합의 '환각성' 국내에 여과 없이 유입

입력 | 2000-05-03 10:20:00


국내 가요계의 주류 장르인 테크노와 힙합이 마약에 멍들고 있다.

4월 중순 대학생 등이 테크노바에서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된 데 이어 4월 30일에는 힙합그룹 ‘업타운’과 ‘드렁큰 타이거’의 일부 멤버들이 비슷한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이미 가요 기획사들은 소속 가수들의 근황을 살피느라 벌집 쑤셔 놓은 분위기.

테크노와 힙합은 ‘애시드(Acid·환각제) 속성’을 가진 음악. 유럽이 본산인 테크노는 50년대 독일에서 기계와 인간의 조화라는 기치를 내걸었으나, 최근에는 컬트 집단화한 테크노 팬들이 허름한 창고 등지에서 환각 상태를 즐기고 있다. 미국 힙합 진영 내부에서도 마약 복용은 사회문제가 되곤 한다.

▼"美 힙합 내부서도 마약 문제"

문제는 두 장르의 이같은 애시드 속성이 걸러지지 않은 채 국내로 흘러 들어온다는 점이다. ‘드렁큰 타이거’와 ‘업타운’은 국내 가요계에서 음악적으로 가장 정통적인 힙합을 구사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국내 힙합 가수들은 “음악을 ‘연구’하다 보면 외국 스타의 환각 상태를 쉽게 접하고, 그 유혹에 솔깃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테크노 춤은 아예 엑스터시 상태에서 추는 게 가장 테크노적이라는 잘못된 이야기도 나올 정도.

▼"교포출신들 죄의식 거의 없어"

미국의 예를 보면 대중음악사 이면에는 마약의 대중화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재즈가수 빌리 홀리데이도 말년에 마약에 찌들었고, ‘비틀스’나 에릭 클랩튼도 마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었다.

특히 ‘업타운’ ‘드렁큰 타이거’의 일부 멤버들은 미국에서 성장해 마약에 대해 한국인만큼 죄의식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마약을 경험해봤던 가수 L씨는 “마약을 복용하면 음악적 필링이 고조된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이들은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이들의 변명이 되지는 못한다. 마약의 종점은 상할 대로 상한 영혼과 망가진 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약에 대한 규제는 아무리 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요계가 힙합이나 테크노 등 외래 음악을 들여오면서 애시드 속성을 걸러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많은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