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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이현우 6집 '바이러스' 가요계 감염

입력 | 2000-05-03 10:28:00


1997년부터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과 함께 MBC 인기 음악프로그램 ‘수요예술무대’(수 밤12·30)를 진행해 온 가수 이현우(34)의 별명은 ‘썰렁 브라더’다. “이현우씨, 다음 분 소개하셔야죠.” “아, 벌써 제 차례인가요?”. ‘사오정’ 류의 멘트가 프로그램 내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이현우를 아는 연예계 사람들은 그를 ‘간혹 내뱉는 말 속에 촌철살인의 유머를 지닌’ 대표적 30대 남자 가수로 꼽는다. 게다가 미국에서 미술을 전공한 덕분인지 결코 튀지 않지만 유행에 뒤지지도 않은 도회적 세련미를 유지하고 있는 ‘댄디 가이’로도 유명하다.

‘수요예술무대’의 연출자 MBC 한봉근PD는 “이현우만 따라하면 중간 이상은 간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 그가 최근 2년 만에 6집 ‘Virus’(바이러스)를 발표했다. 전염성 강한 캐릭터를 상징하는 제목처럼 6집은 이현우의 ‘도시 샌님’같은 이미지를 음악적으로 최대한 녹여낸, 그에게는 ‘거울같은’ 앨범이다. 도입부와 마무리를 뺀 9곡 모두를 직접 작사했고, 6곡의 작곡에 참여한 그의 음악적 코드는 성인 취향의 어덜트 컨템퍼러리(Adult Contemporary·AC)에 보다 가까워졌다.

타이틀곡은 발라드 ‘요즘 너는’. 현악기 14대와 피아노를 동원했지만 후배 발라드 가수처럼 물량 투입으로 허전한 멜로디 라인을 메우려는 얄팍한 계산은 없다. 결코 소리를 내지르는 법이 없는 그는 2년 전보다 한결 굵어진 목소리로 반주를 압도하면서, 김민종 임창정 윤종신 등 퍼포먼스에 가까운 창법을 구사하는 동료 발라드 가수들에 비해 듣는 이를 한결 편안하게 한다.

1991년 하우스 댄스곡 ‘꿈’으로 데뷔했던 그는 빠른 비트의 록이나 테크노도 ‘이현우 표’로 만들어버렸다. 후속곡으로 유력한 ‘슬픈 전쟁’과 ‘Virus’는 경쾌하고 신나기보다는 오히려 개운함에 가깝다. ‘슬픈 전쟁’에서는 심지어 테크노에 쓰이는 스크레칭(회전하는 LP판을 반대방향으로 긁으며 ‘찍찍’ 소리를 내는 것)을 사용했지만 결코 과격하지 않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니가 바로 나의 적인걸 알아…”로 흐르는 감성을 받춰줄 뿐이다.

마지막곡 ‘정육점’은 공격적인 테크노 사운드를 음성 변조한 것으로 다소 의외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난 널 거래해/난 널 음미해/난 좋은 부위를 선호하고…/” 등의 가사는 정육점이 은유하는 사창가를 뜻한다고 해 벌써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이에 이현우는 “이 곡이 이번 앨범의 본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