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다 한쌍이 3월 대만 총통선거 이후 갈등을 빚고 있는 양안관계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대만 공상시보는 3일 “민간동물원 운영자인 허시중(何希炯)이 최근 중국 민간단체로부터 판다 한쌍을 기증받기로 하고 행정원 농업위원회에 도입신청을 했다”며 “당국은 공공동물원이나 학술기관만 야생동물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에 따라 그의 신청을 일단 불허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허는 “판다를 도입하면 중국 사육기술인력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며 “판다는 양안교류를 활성화하는 ‘평화사절’이 될 것이므로 중국 민간단체 등과 함께 판다 도입을 관철하겠다”고 말했다.
대만당국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판다 도입을 무작정 가로막자니 명분이 약하고 그렇다고 총통선거 이후 매일같이 무력사용위협을 가하던 중국이 갑자기 판다를 보내겠다는 진의를 알 수 없기 때문.
중국은 70, 80년대의 ‘핑퐁 외교’에 이어 최근 ‘판다 외교’를 적극 전개하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5월 유고주재 주중대사관 오폭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중-미관계 복원을 위해 지난해말 판다 한쌍을 미국에 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러나 판다는 ‘평화특사’가 아닌 ‘황제의 잉어’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황제가 잉어를 신하에게 보내 늘 황제의 존재를 의식하며 배신할 엄두를 못내도록 했다는 고사처럼 중국도 이런 용도로 대만에 판다를 보내려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에 반대하며 내심 독립을 원하는 대만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중국의 은유적인 압박 수단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대만측의 또 다른 시각이다.
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