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들도 롤러 브레이드로 '발 업그레이드'해서 개떼로 러시하는데, 이게 뭐예요? '공포의 롤러부대' 전사들이여. 나비처럼 날아서 모기처럼 쏴버려라. 왜∼앵”
청소년에게 선거권이 주어진다면? 극단 학전의 록뮤지컬 '모스키토'는 중고교생들이 정치에 참여해 국회의원에 출마한다는 가상의 현실을 마치 PC게임처럼 긴박감 넘치게 꾸민 뮤지컬.
이 때문인지 '동맹' '러시' '미네랄' '질럿' 등 게임용어와 컴퓨터 채팅 언어들이 많아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작품이다.
9월17까지 서울 동숭동 학전그린소극장.
영화에서는 '매트릭스' '롤라 런' '엑시스텐스' 등 이미 게임기법을 이용한 작품들이 여러 편 선을 보인바 있다. 이제 연극 공연에서도 프로젝터, 모니터, 입체 음향시스템이 도입돼 멀티미디어화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어차피 청소년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이 가상적인 설정 아닙니까. 그래서 아예 작품 전체를 사이버 게임 형태로 꾸몄습니다."
'모스키토'는 독일 그립스 극단의 'Die Moskotos sind da'(모기들이 납신다)가 원작.
번안 및 연출을 맡은 김민기는 한국 청소년들의 현실과 언어, 기호에 맞춰 전면 개작했다. 이를 위해 그는 네트워크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매뉴얼을 통째로 외웠고, '하늘사랑'이라는 사이트에서 컴퓨터 채팅을 하며 청소년들의 용어를 연구하는 등 N세대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무대. 극장에 들어서면 마치 거대한 컴퓨터 내부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의자나 계단은 모두 컴퓨터 칩과 단자 케이블로 꾸며져 있고, 객석과 무대 곳곳에는 TV모니터 화면이 설치돼 있다.
화면에 뜨는 메시지에 의해 스토리가 진행되고, 동영상으로 스타크래프트 전투장면이 나올 때는 입체음향 스피커에서 미사일 날아가는 소리까지 실감나게 재현된다.
97년 초연 이후 교실현장의 문제를 풍자한 내용도 매년 업그레이드돼 청소년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과외 전면 허용' '내신성적 생활점수 반영' '수능 등급화' 등의 현안 문제들이 생생하게 등장하며 극 중 청소년들은 좌절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어른들의 음모'에 맞선다.
기성 정치권이 아날로그식이라면, 청소년들이 만든 '모스키토 당'은 인터넷 방송을 이용한 디지털 선거로 어른들의 세상에 따끔한 '똥침'을 날린다.
대부분 20대 초반의 신인배우들로 이뤄진 출연진은 춤과 노래에서 화려한 앙상블을 보여준다. 그러나 연기는 허술하다. 화∼목 6시, 금 7시반, 토일 4시 7시. 02-763-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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