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단일화폐인 유로가 3일 런던 외환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유로당 0.8987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로가 0.90달러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로 가치는 지난해 1월 1.1647달러로 출발한 후 20% 이상 떨어졌다.
외환 전문가들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 27일 유로 금리를 3.5%에서 3.75%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유로 가치가 계속 떨어지자 화폐가치 방어를 위해 추가 이자율 인상 등의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유럽 경제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어 이같은 유로 가치의 계속된 하락이 경제 실상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주 세차례나 최저치를 경신하며 추락한 유로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고 있고 투자자들이 호황을 구가하는 미국경제와 달러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날 유로는 유럽집행위원회가 그리스를 유로권에 가입시키기로 권고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하락했다는 풀이도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최근 유로 가치가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3일자 칼럼에서 유로 약세가 유럽 경제상황의 악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럽 경제는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유럽 각국이 유로 약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강화를 즐기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럽 각국이 고용 창출을 막는 제도적 장치들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음에도 유럽의 고질인 실업률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고 인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유로 가치 방어에 적극적이지 않다고 크루그먼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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