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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1호]산간오지 인술17년 이기섭씨

입력 | 2000-05-04 13:49:00


시바이처를 아시나요? 아프리카 오지에서 인술을 편 그 명의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시바이처가 있습니다. 강원도 산간 오지를 찾아다니며 인술을 베풀고 있는 그 분. 바로 이기섭(88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님이 그 분입니다. 이기섭님을 '명예의 전당' 1호의 주인으로 모십니다.

이기섭님은 대학병원 원장을 그만두고 낙향한 미수(여든 여덟을 이르는 말이죠)의 어르신이십니다. 이박사님는 17년째 산간오지를 찾아다니며 환자들을 돌보고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드라마 속의 허준 그 자체입니다.

1961년 이화여대부속병원 원장을 그만두고 속초로 낙향한 이박사님은 70, 80년대를 속초보건소와 속초의료원에서 보내셨습니다. 82년 의료원을 그만둔 이박사님는 매주 목요일이면 왕진 가방을 싸들고 오지를 찾아 진료 하셨답니다.

이박사님께서는 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오지마을 구충제거 작업 때 약 한번 써보지 못하고 숨을 거두는 사람을 목격한 것이 산골 진료에 나선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이박사님께서 산골 진료를 하는 곳은 설악산 자락에 파묻혀 있는 양양지역 대표적 오지마을인 서면의 서림리와 황이리, 갈천리, 영덕리 등 4개 마을이라고 합니다.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가셔야 한다네요. 그렇지만 이박사님은 "환자가 있으면 어떤 곳이든 가야하는 게 의사의 도리"라고 말씀하십니다. 정말 멋진 분이시죠?

이박사님의 산골 진료를 17년째나 맞는 이 지역은 180가구 600여명의 주민이 살고 계시는데 이박사님의 진료를 받지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하네요.

어떻습니까? 가슴이 짜~안 하지 않습니까?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다고들 말하지만 이박사님같은 분이 계시는 한 그래도 살 맛나지 않습니까?

연제호/동아닷컴기자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