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76)이 백인토지 절반을 몰수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에는 그동안의 실정(失政)을 만회하고 다가올 총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국제적으로 고립되더라도 국민이 바라는 토지분배를 내걸어 권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무가베대통령은 3일 "토지는 경제이고 경제는 토지다"라고 밝혀 토지개혁에 승부를 걸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현재 짐바브웨 흑인과 백인의 토지소유 비율은 불평등 그 자체다. 총인구 1250만명의 0.6%인 7만명에 불과한 백인들이 비옥한 토지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흑인들이 갖고 있으나 쓸모 없는 땅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불평등은 근 100년 간에 걸친 영국 식민통치의 유산이다. 1890년 짐바브웨를 식민지로 편입한 영국은 흑인의 토지를 빼앗아 헐값으로 자국민에게 분배했다.
1980년 독립한 짐바브웨 정부가 이를 돌려받겠다고 선언하자 영국은 토지보상 자금을 주겠다며 합법적인 소유권 변경을 요구했고 짐바브웨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토지보상금은 농민들이 아니라 무가베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토지개혁은 물건너가고 무가베 정부의 부패와 비효율적 국정운영으로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이렇게 되자 점차 국민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무가베대통령은 인기회복을 위해 2월 백인 토지 무상몰수 및 대통령 임기연장과 권한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이후 참전군인들의 백인농장 점거가 시작됐다. 무가베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부추겨 정치적 돌파구로 이용해왔고 3일 연설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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