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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이야기]"베스트셀러, 출판사 얼굴은 아니다"

입력 | 2000-05-05 20:03:00


‘베스트셀러가 출판사의 얼굴은 아니다’

전문 서평지 ‘미메시스’(열린책들)가 1백여개 출판사에 설문지를 돌려 ‘자사를 대표하는 한권의 책’을 고르게 했더니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수 십만권에서 수 백만권이 팔린 베스트셀러는 아니지만 의미있는 선택이 눈에 띤다.

대표적인 것이 범우사가 ‘얼굴’로 고른 ‘한국전적인쇄사’(천혜봉·1990)다. 목판본에서 동(銅) 철(鐵) 연(鉛)으로 이어지는 활자의 역사를 최초로 집대성한 책이다. 발간된지 10년간 고작 2천부가 팔려나갔을 뿐이다. 출판인의 자존심을 앞세운 뚝심을 짐작케 한다.

전문 출판사로서의 색깔을 분명히하는 선택도 많았다. 예컨대 현암사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할 우리놀이 백가지’(이철수외·1992,3천부)를, 시공사는 ‘현대건축사고론’(길성호·1998,5천부)을, 한길사는 4권짜리 ‘인도철학사’(라다크리슈난·1996,각 2천5백권)를 골랐다.

1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로도 빠지지 않았다. 샘터는 감동적인 실화를 담은 ‘노란 손수건’(오천석·1975,1백만부)을, 문예출판사는 ‘어린왕자’(셍텍쥐베리·1972,1백만부)를, 청조사는 ‘우동 한 그릇’(구리 료헤이·1989,50만부)을 대표작으로 뽑았다.

창작과비평사의 경우엔 2백만부 이상이 팔려나간 베스트셀러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1,2,3’(유홍준·1993)을, 문학과지성사는 50만부를 찍은 ‘광장/구운몽’(최인훈·1976)을 골랐다. 한편, 한림출판사는 30년전 박정희 대통령이 자신의 통치철학을 집필해 영문으로 번역한 ‘아시아에 새 지평선’ 3권(1962)을 ‘소신껏’ 써냈다.

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