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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월드]美 'H-1B비자' 발급확대 추진 등 초비상

입력 | 2000-05-07 21:26:00


미국이 이른바 ‘신경제’를 내세우며 사상 최장기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신경제의 견인차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산업. 그러나 컴퓨터와 통신기술 등 관련 하이테크 분야의 인력은 미국 자체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 이에 따라 미국은 외국 전문인력에 대한 비자발급 제한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이테크분야 올 85만명 부족▼

하이테크 업체로 구성된 미국 정보기술연맹(ITAA)은 최근 “올해 하이테크 기술자 수요는 약 610만명이나 이중 85만명 정도는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실리콘 밸리를 비롯한 컴퓨터 관련 기업들은 인도 중국 필리핀 등 외국의 전문 인력을 단기취업 형태로 확보하느라 비상이 걸렸다.

문제는 외국 전문인력 취업을 제한하고 있는 쿼터제. 미국은 자국 일자리 보호 등을 위해 1990년대부터 외국 기술인력이 미국에 단기취업할 경우 H-1B 비자의 쿼터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 "비자쿼터 아예 없애야"▼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2000 회계연도에 할당된 H-1B 비자는 11만5000건. 그러나 쿼터는 2월에 이미 다 차버렸다. 현재 4만5000명이 이민귀화국(INS)에 H-1B 비자를 신청한 상태이지만 이들은 2001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이 되어야 비자 발급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H-1B 비자 신청자의 90% 정도는 비자를 발급받는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선 기업이 외국인력에 대해 H-1B비자 신청비용을 대고 실제로 채용하기까지 3, 4년씩 걸리기도 한다. 통상 몇 달 단위로 제품 주기가 바뀌는 컴퓨터 업계로선 이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실리콘 밸리에선 H-1B 비자의 쿼터를 대폭 늘리거나 아예 철폐하고, 비자 수속기간도 단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원 이민소위원회가 최근 H-1B 비자의 쿼터를 2001∼2003 회계연도 동안 철폐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이같은 의견을 반영한 것.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지난해 10월 H-1B 비자발급 규모를 쿼터로 제한할 것이 아니라 시장의 수요에 맞춰 결정하도록 하자는 법안을 제출했다. 비슷한 법안이 몇 건 의회에 계류돼 있다.

▼노동계 "일자리 빼앗긴다" 반발▼

그러나 노동계에선 외국에서 단기 취업인력이 대거 들어올 경우 미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임금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며 H-1B 비자의 쿼터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가 어떤 내용의 법안을 확정하게 될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H-1B 비자로 미국에 온 외국인력도 불이익이 크다. 이들은 다른 회사로 옮길 경우 1만∼2만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따라서 당초 고용된 직장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장기간 근무해야 하는 등 열악한 근로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일각에서 H-1B 비자를 ‘노예문서’에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세계 국가에선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H-1B 비자를 얻고자 하는 전문 인력이 늘어서 있다. 업계에서도 이같은 인력이 유입돼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 업계 전문가들은 H-1B 비자의 쿼터가 현재보다는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