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는 과정보다 결과가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그랬구나, 그러니까 그런 성적이 나왔지’라는 과정예찬론은 우승이나 금메달 같은 결과가 나온 다음에나 거론되는 게 상례이다. 그리고 결과가 좋음에 따라 그 과정이 미화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나쁠 수 있는 게 스포츠이다. 분명한 것은 좋은 결과는 그에 마땅한 과정 없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새 천년 국내 프로축구 첫 대회인 대한화재컵에서 우승한 부천 SK 조윤환감독의 말은 스포츠에서의 과정을 생각게 한다. 지난해 팀의 사령탑이 된 그는 전남 드래곤즈를 2-1로 물리치고 우승한 뒤 나의 축구인생을 바꿔 놓은 니폼니시 전감독에게 감사드린다 고 했다. 나에게는 그 말이 전임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현으로뿐 아니라 부천 팀의 훈련과정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음을 선언하는 말로 들린다.
부천 팀의 전술은 여러 해를 거쳐 다져졌다고 보며, 그 기간을 하나의 과정으로 보는 게 내 관점이다. 조감독이 지난해부터 팀을 이끌어왔지만 팀의 전술구도는 98년까지 4년간 팀을 이끌었던 러시아출신 니폼니시감독이 95년부터 추구해 온 섬세한 패스를 바탕으로 한 예술축구 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조감독은 전임감독의 축구에 체력을 접목시켜 분명한 팀 색깔을 만들어냈다.
나는 부천 팀 훈련과정에서 조감독의 역할이 매우 컸으리라고 생각한다. 팀에서 선수생활과 코치를 한 데다 선수들과도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나이(40세)란 이력이 팀 훈련과정에서 왕왕 나타날 수 있는 여러 문제점을 희석시키고 팀을 묶는 데 결정적 작용을 했으리라고 믿는다. 전임감독 당시부터의 팀훈련 방식과 지향점에 대해 감독은 물론 선수들도 그것이 옳다 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한 자세를 이르는 것이다. 미드필드 중시에다 후반 교체선수로 승부를 거는 전술은 그런 믿음 없이 쉽게 될 일은 아니다.
부천 팀의 성공을 훈련과정의 결실로 보는 나는 한편으로 프랑스출신 필립 트루시에 일본축구팀 감독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일본 청소년팀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으로 이끈 데다 올림픽팀도 시드니올림픽 본선에 진출시켰음에도 자신이 원했던 2002 월드컵 감독에서는 낙마가 확실시된다고 한다. 남아프리카대표팀 등 맡는 팀마다 좋은 성적을 내 백색마술사 란 이름도 얻은 그가 탈락하게 되는 이유는 최근 일본팀이 한국팀에게 졌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일본축구에 대한 비난성 비판 등과 같은 돌출행동이 훈련과정에서도 없었다고는 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영광으로 가는 과정 은 마음이 하나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다.
윤득헌〈논설위원·체육학박사〉dh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