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인명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계 재계 법조계 등 우리 사회 각 부분에서 막강한 인맥을 자랑하는 고려대 졸업생들이 유독 벤처업계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高大인맥 상대적 저조▼
새롬기술의 오상수(서울대), 메디슨의 이민화(카이스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연세대) 등 각 학교를 대표하는 벤처기업가들이 있고 이를 중심으로 인맥이 형성돼있는데 고려대인맥은 뚜렷하지 않다. 최고경영자외에 벤처업계 직원들도 고려대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최근 고려대가이름에 걸맞도록 벤처인 양성에 발벗고 나선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고려대 공대 교수들은 곧 졸업생을 대상으로한 ‘벤처창업 세미나’를 가질 계획이다. 학교측은 이번 세미나에서 창업의 꿈을 갖고있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벤처창업의 지름길에 대해 강의를 가질 계획이다.
김병호 공대학장은 “고려대공대는 타대학보다 상대적으로 늦은 70년대말에 단과대학으로 독립하다보니 고려대출신 벤처기업가가 아직은 적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학교측이 곧 대대적인 창업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집단중시 학풍 영향도▼
공대인맥이 아직 덜 형성됐다는 것. 헤드헌터인 송영혜씨는 “우선 고대가 공대인맥이 두텁지 않은데다 학풍이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시하고 조직에 충성하는 반면 벤처문화는 개인적이고 자유분방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한다.
이 학교 졸업생은 또다른 분석을 내놓는다. 고려대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명진소포트컨설팅 황희석 사장은 “벤처는 기존 제조업체에서 자신의 뜻을 펼 수 없거나 좌절한 사람들이 창업을 하기가 쉬운데 고려대출신들이 기존 제조업체에서 너무 잘나가다보니 벤처창업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의 성공이 온라인의 진출에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것.
고려대 창업보육센터 임왕진 교수(생명공학원)는 “벤처 1세대는 고려대인맥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최근 창업을 준비하는 졸업생은 수백여명에 이른다”며 “‘패기’를 중시하는 학풍과 벤처정신은 일맥상통하기 때문에 곧 수많은 벤처기업인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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