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엔 컴퓨터도 골동품?
‘소니 워크맨’‘애플 아이 매킨토시’‘DOS 1.0….’ 불과 1년전, 길게는 50년전만 해도 세계적인 디지털 문화를 주도했던 하드웨어들이 곧 비싼 골동품 반열에 올라설 것이라고 미국 볼티모어선 인터넷 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메사추세츠주의 스키너 경매회사는 이달중 세계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로 불리는 1943년산 애니악(ENIAC)의 작은 조각 하나를 경매에 붙인다. 1만2000달러(약1500만원)정도가 적정가로 추산된다.
뭐니뭐니해도 요즘 수집가들이 가장 탐내는 것은 ‘애플1’ 컴퓨터. 76년에 애플사가 제작한 ‘애플1’은 겨우 200대가 만들어진 뒤 ‘애플2’로 대치됐다. 이 기계는 원래 666달러(약 80만원)였지만 작년에 한 수집가가 샌프란시스코의 경매장에서 1만 8000달러(약 2100만원)에 사들였다.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뷰 컴퓨터박물관에서는 ‘디지털 골동품’ 시장이 커가면서 전시품 수집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불평이 자자하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처치곤란이던 고물 컴퓨터를 세금공제까지 받으며 박물관에 기증하게 된 것을 고마워했는데 요즘은 기증은 커녕 돈을 벌 생각으로 너도나도 온라인으로 경매에 붙이기 때문.
얼마전 타임워너사와 합병한 아메리칸 온라인(AOL)사에서 90년대 초반 회사 홍보용으로 제작해 무료로 뿌렸던 3.5인치 플로피디스켓들도 ‘사라진 회사’라는 희소가치까지 업고 수집가들에 의해 142달러(약 17만원)까지 가격이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70년대 관심을 끌었던 소형컴퓨터 ‘알테어 8000’을 당시 가격의 15배를 주고 구입했다는 미국인 조 마이어(42)는 “내게는 65년형 머스탱이나 57년형 셰브롤레 자동차를 갖는 것과 꼭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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