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만에 머리 손질하러 가서 거울을 보는데 눈물이 핑 돌더군요.”
지난해부터 민머리 고민에서 해방된 D기업 김모차장(44)은 요즘 틈만 나면 미장원에 간다.
“이전엔 머리를 감추려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요즘엔 어떤 헤어스타일이 유행하는지 눈여겨보게 돼요. 세상을 보는 눈이 바뀌었습니다. 헤어디자이너는 노란색으로 염색을 하라고 하네요.”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 한알을 4, 5등분해서 복용했다. 이 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97년말 먹는 발모제로 처음 허가한 ‘프로페시아’와 같은 성분이면서 용량만 많은것. 김차장은 프로페시아의 국내 판매허가가 늦어지자 ‘편법’으로 프로스카를 쪼개서 먹어왔다.
‘기적의 대머리 치료제’로 알려진 프로페시아를 이졔 국내 약국에서도 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약이 모든 민머리에 듣는 것은 아니다. 증세가 심하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엔 오히려 이식술이 확실한 방법.
▼대머리 치료제▼
현재 FDA의 승인을 받은 대머리 치료제는 단 두 개. 그중 바르는 치료제 ‘미녹시딜’은 한때 폭발적 판매를 보였지만 장기효과가 적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인기가 시들해졌다.
한국MSD(080-808-2580)를 통해 시판되는 프로페시아는 미녹시딜보다 한 차원 높은 약으로 평가받는다. 이 약은 대머리를 만드는데 핵심역할을 하는 남성호르몬 DHT를 줄여 머리카락이 나도록 만든다.
1994년부터 2년 동안 미국 캐나다 등에서 1878명에게 임상시험한 결과 이 약을 먹은 사람의 83%에게서 탈모가 멈췄다. 또 정수리에 머리카락이 없는 경우 66%, ‘앞가림 못하는’ 경우엔 42%에게서 머리카락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1∼2%에게서 경미한 성욕감퇴 발기장애 등의 부작용이 생겼고 약을 끊으면 1년 내 다시 머리가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험 대상자가 18∼41세여서 50세 이상에게 어느 정도 효과적인지 확실치 않다. 여성형 탈모에는 쓸모 없으며 가임여성은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있으므로 먹지도 만지지도 말아야 한다. 두 달치가 12만원 정도.
▼머리카락을 옮긴다▼
인조머리카락을 옮기는 시술도 있지만 관리를 꾸준히 하지 않으면 염증이 생기는데다 피부의 ‘이물질 제거 메커니즘’ 때문에 1년에 최소 10%가 빠져나간다. 그래서 요즘엔 자신의 뒷머리털을 뿌리채 옮기는 ‘자가모 이식술’을 더 많이 한다.
자가모 이식술엔 살갗 야트막히 들어가는 칼로 한 두 올 옮겨심는 ‘마이크로 슬림식’과 주사기 비슷한 모양의 이식기로 이식하는 ‘최식(崔式)’이 있다. 최식은 서울 도고의원(02-732-5321) 최영철원장이 개발해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 퍼뜨린 방법. 두 시간에 1000∼1500올을 심으며 서너 번 시술 받는다. 한번 시술비는 500만원 안팎. 시술 뒤 2개월이 지나면 심은 머리카락의 70% 정도가 빠지지만 뿌리가 살아있어 대부분 다시 난다.
최근엔 의사 2명과 간호사 3∼5명이 한꺼번에 2000개 이상의 털을 옮겨심는 ‘메가세션’시술이 소개됐다. 고운세상피부과의원(080-085-8275) 안건영원장은 “이 방법으로는 두 번만 시술받으면 된다”며 “시술 뒤 프로페시아를 복용하거나 미녹시딜을 바르면 빠지는 털의 숫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술비용은 800만∼1000만원.
한편 시중엔 모(毛)리가나, 그로비스, 스펠라707 등 다양한 형태의 발모개선제가 나와있고 저마다 뛰어난 효과를 자랑한다. 하지만 객관적인 임상시험 결과가 부족하고 장기적 효과도 알 수 없어 아직 치료제로 부르기엔 미흡하다.
선진국에선 대머리 환자에게 희망적 소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 코넬대 웨일병원연구팀은 털을 자라게 하는 유전자 ‘소닉’으로 대머리를 치료하는 동물실험에 성공했고 비슷한 무렵 영국 더럼대에선 두피세포 이식의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과학의 힘으로 대머리를 100% 고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다는 것이 의학계의 전망이다.
▼머리카락 건강관리 이렇게▼
탈모를 더디게 하고 윤기나는 머리결을 갖는 비결은? 또 대머리치료제를 먹거나 이식수술을 받은 뒤 모발관리법은?
고려대안암병원 탈모증클리닉(02-920-5440) 안덕선교수의 도움말로 모발건강법에 대해 알아본다.
▽머리감기〓1주 2∼4회 머리를 감는다. 마른 머리에 곧바로 샴푸를 바르면 안되며 충분히 물을 적신 뒤 샴푸해야 한다. 머리에 기름이 흐르고 비듬이 많은 경우엔 두피에 문제가 있으므로 비듬치료용 샴푸를 쓰며 최소 5분 이상 머리를 눌러주듯 하면서 감는다. 그러나 머리카락이 푸석푸석하다면 머리카락이 문제. 린스를 사용해서 머리카락 끝을 주로 씻는다.
▽빗질〓나일론 소재의 빗은 정전기를 발생시켜 탈모를 유발하므로 피한다. 뻣뻣한 돼지털로 만든 빗이 좋다. 젖은 머리는 굵은 빗으로 빗고 빗질은 최소한으로 한다.
▽열로부터 보호〓직사광선은 머리카락에 좋지 않으므로 오래 외출할 땐 스카프나 모자로 머리카락을 보호한다. 머리를 감은 뒤엔 자연건조가 최고. 드라이어를 쓸 땐 최소 20㎝ 이상 거리를 두고 사용한다. 염색 파마를 자주 하거나 무스 및 스프레이를 남용하는 것도 모발엔 좋지 않다.
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