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전술! 당할 자가 없다.’
신치용 남자배구 국가대표팀감독(45·삼성화재·사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코트의 제갈공명’으로 불리는 신감독이 9월 시드니올림픽에서 세계를 상대로 또 한번의 ‘생존게임’에 나선다. 역대 올림픽에 7번 도전했던 한국의 최고 성적은 84 LA올림픽 5위. 하지만 신감독으로선 메달을 따지 못할 바에야 4위든 꼴찌든 별 의미가 없다. 한마디로 한번 메달을 따는 경기를 해보겠다는 것.
올들어 대졸 신인들의 드래프트 이후 대부분의 배구인들은 삼성화재의 독주가 막을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의 예상대로 드래프트 이후 처음 열린 실업배구연맹전 1차전에서 삼성화재는 LG화재 현대자동차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 삼성화재의 우승으로 끝났다. 비결은 바로 신감독의 용병술. 예선에서 LG화재와 풀세트 접전 끝에 고비를 넘긴 것이나 결승에서 김세진의 막판 부진에도 불구하고 장병철이란 카드를 꺼내들고 현대차의 장신벽을 넘을 수 있었던 것도 승부의 고비를 뛰어넘는 신감독의 임기응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슈퍼리그 3연패 등 각종 대회마다 빛을 발하며 좀처럼 바닥을 드러낼 줄 모르는 신감독의 이같은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바로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온몸으로 체득한 경험과 지략이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성지공고-성균관대를 거치며 세터로 활약했던 신감독의 현역시절은 2류인생에 불과했다. 지도자 생활도 사실상의 2부팀인 한전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신감독에게는 오히려 약이 됐다. 80년부터 한전 코치직을 맡아 95년 삼성화재 창단감독을 맡을 때까지 15년 세월을 ‘골리앗’팀들과 맞붙어야 했던 신감독은 끊임없이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맞대결을 펼쳐서는 질 것이 자명한 싸움에서 ‘모 아니면 도’의 벼랑끝 작전으로 맞서며 위기관리 능력을 키웠다. ‘강자만이 살아 남는’ 정글의 법칙을 온 몸으로 체득한 셈. 이런 체험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신감독이 삼성화재 감독을 맡을 때쯤에는 어느새 ‘제갈공명’이란 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신감독에게 배구는 한마디로 ‘치열한 생존게임’인 셈이고 바로 이것이 한국남자배구가 월드스타 김세진 신진식이 아닌 ‘감독 신치용’에게 올림픽 메달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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