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안하고 사악한 인간 영혼을 끔찍할 만큼 처절하게 담는다. 일종의 누아르 액션영화의 틀을 취하고 있지만 감상적이거나 말랑말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도 꽤 복잡하다. 박신양이 1인 2역으로 연기하는 해식과 해철 형제의 이야기가 소개되는 전반부가 끝나면 해식이 고향인 주문진에 해철의 유골을 들고 나타났다가 자신이 아닌 동생 해철로 오해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의 본 가지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해식은 그때부터 주문진의 상권을 쥔 깡패 조직의 보스 이종두와 한때 이름을 날렸지만 지금은 몰락한 깡패 번개를 통해 지나간 해철의 삶의 흔적과 마주친다. 이쯤해서 처음엔 사족처럼 여겨졌던 쌍둥이 형제의 모티브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갈 데까지 간 이른바 막장 삼류 인생의 처절한 종말기이자 가족을 내팽개치고 형사로 출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권력형 인간이 초라한 깡패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도 있는 순수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영혼의 재 탄생 과정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는 군데군데 의욕 과잉이 지나친 흔적을 지울 수 없어서 차라리 막장 인생의 쓸쓸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겸손하게 범위를 제한했더라면 어땠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영화로 데뷔한 오승욱 감독은 불안하고 죄의식에 가득 찬 인간 영혼을 다루면서 거의 도스토옙스키에 맞먹는 문학적 관념의 켜를 필름 누아르 장르의 틀에 입히려 했다. 1인 2역에 도전한 박신양은 열연하고 있지만 그의 몸에서 넘쳐나는 기는 스크린에 배어 있는 것이 아니라 고함을 질러대는 것처럼 화면 밖으로 뿜어져 나온다. 죄의식과 강박감에 쌓여 있는 호전적인 인물의 불안한 내면을 보여주는데는 적합한 방법이 아니다. 그보다 인생의 피로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이는 대 배우 안성기가 연기하는 깡패 번개다. 그는 한때 자신의 목 울대를 자해하면서 살아갔던 패기만만한 건달이었지만 지금은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기도원 철거 시위 따위의 쩨쩨한 일에 동원되는 삼류 깡패에 불과하다. 과거에 동료와 후배를 배신한 죄의식을 마음 깊숙한 곳에 감추고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서는 진정으로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불안한 인간 내면의 궁핍함과 선량함이 묻어 나온다. 동네 구멍 가게 앞에서 뽑기 기계를 연이어 눌러대면서 아들에게 줄 싸구려 선물을 얻을 궁리를 하는 모습이나 굳이 완력을 쓰지 않으면서도 과거의 위엄을 지키려 애쓰는 낮은 목소리의 화술에서 풍기는 삶의 때는 안성기라는 배우가 아니었으면 쉽게 연기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는 최근 몇 년간의 영화 가운데 최고 수준의 연기를 보여준 안성기의 모습을 담고 있으면서도 플롯 과잉의 흔적으로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든다. 동생 해철이 형 해식이 보는 앞에서 자기 가족을 몰살하는 처절한 첫 장면에 이어 형사와 깡패로 서로 다른 삶을 산 쌍둥이 형제의 비극적인 사연을 펼쳐지고 죄의식에 시달리는 해식의 엄청난 자의식을 그가 대면한 주문진 깡패들의 처절한 폭력 속에서 조금씩 풀어내는 내용은 곳곳에서 인물 성격의 하중에 이야기가 짓눌려 있다. 번개와 그의 아내, 그리고 번개의 동료들의 캐릭터가 비교적 실감나는 반면에 해식과 해철, 그리고 종두의 캐릭터는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무조건 앞으로 돌진하는 일면적인 인물로만 그려져 잠깐이라도 슬쩍 그들의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는 호흡을 남겨주지 못한다. 등장인물들간의 배신에 얽힌 사연이 모두 밝혀지고 처절한 총격전 끝에 자멸 극으로 끝나는 절정부도 쿠엔틴 타란티노의 을 떠올리게 하는 피바다를 연출하는 데 비해 이야기를 해결하는 쾌감이 약하다. 누아르 영화의 기승전결 이야기 문법에 비해 인물 성격에 의미를 많이 부여해 비중이 맞지 않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쌍둥이 형제 모티브를 없애고 시작하는 것이 훨씬 간명했을 뻔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해식과 번개 두 주인공이 눈 쌓인 벌판에서 죽어 가는 모습도 시적이긴 하지만 제목에서 따온 노래 가사를 번역한 관념적인 냄새가 난다. 한국 영화사상 가장 솔직하고 거침없이 깡패와 밑바닥 인생의 삶을 잔인하게 그려낸 는 용감하긴 하지만 이야기와 등장인물의 성격에 지나친 의미 부여를 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그런 성격묘사가 영화를 배반하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영진(FILM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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