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그림자조차도 감히 밟지 못했었다는 말이 이제는 전설처럼 들릴 정도로 희망없는 사회에 살고 있는가? 사실 수직선상에서 앞에 있는 선생님의 그림자를 뒤에서 밟지 않고 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제자가 선생님 옆에서 수평관계를 맺으며 걸어가는 것이다. 수평관계에서는 당연히 선생님의 그림자를 밟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직적인 사고의 지평으로 바라본다면 사도(師道)가 땅에 떨어진 사회로 보이지만 수평적 사고로 본다면 선생님과 제자가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철학을 지닌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물론 수평적 관계가 균형을 이루려면 분명한 자리매김이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교사와 학생간의 진정한 사랑이란 어떤 모습일지 책을 읽으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자.
‘말더듬이 원식이’와 ‘지각 대장 존(비룡소)’을 읽어 보자. ‘말더듬이 원식’의 담임선생님은 원식의 눈높이에 맞추어 끊임없는 노력과 이해로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에 나오는 선생님은 수직적인 사고를 지닌 전형적인 인물이다. 두 권의 동화를 모두 읽고 이야기를 봉합해보자.
봉합이란 의사들이 찢어진 상처를 꿰매는 것을 말하는 의학용어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영화를 보는 관객을 영화 속으로 꿰매어 밀어 넣는 것을 봉합이라고 한다.
두 편의 동화를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봉합해보자. ‘지각 대장 존’의 선생님을 ‘말더듬이 원식이’ 동화에 봉합하고, 원식이 담임을 ‘지각대장 존’ 동화에 봉합해 보자. 이렇게 되면 우리는 지각대장 존의 선생님이 되어 원식이 담임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반대로 원식이 담임 선생님 처지에서 지각대장 존의 선생님을 바라 볼수 있는 봉합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동화 봉합’하기 활동을 통해 ‘교사와 학생’간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 보자.
정태선 (활동중심 언어교육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