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남북관계론' 백영철외 공저/법문사 펴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개최를 앞두고 국내외의 관심이 북한의 장래,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미래상으로 쏠리는 오늘날 이러한 주제들에 대해 비교적 선명한 해석과 대안을 제시해주는 책이 출판됐다. 18명의 국내외 정치학자들이 공동집필한 ‘21세기 남북관계론’이 그것이다. 공저자들이 진단과 정책제시에서 반드시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발상들이 공통적으로 흐른다.
첫째, 남북한 가운데 어느 쪽이 군사적으로 우위에 서 있느냐의 쟁점에서 이 책은 대체로 남한우위론을 편다. 북한의 군사비는 남한의 군사비에 비해 훨씬 적으며, 북한의 무기와 장비는 상당히 낙후됐음에 비해 남한은 이 방면에서 계속 현대화 첨단화해 왔다는 분석이다. 이것은 북한우위론의 입장에서 정립됐던 냉전적 대북정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우위론자들의 시각에서는 반론이 예상된다.
둘째, 남한우위론은 대북 화해협력정책에 대한 지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런데 여기서 강조돼야 할 점은 이 대북 화해협력정책이 포괄적 접근방법이라는 구체적 실천안을 뼈대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괄적 접근방법은 경제협력문제, 이산가족재회문제, 군비통제와 군비축소를 포함한 군사문제,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문제 등 남북 사이의 모든 현안들을 서로 연계지은 채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패키지 딜링’ 방식은 따라서 상당히 많은 시간을 요구하며 그러므로 점진주의적 방식이다.
셋째, 이 방식은 ‘한반도 분단의 합리적 관리론’으로 이어진다. 이 책이 전반적으로 통일의 과제를 잊지는 않되 우선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평화유지에 역점을 두고 해결책을 찾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여기서 남북연합제와 남북연방제 등이 토론되게 된다.
넷째, 그러면 북한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은 결국 중국식 모델을 받아들임으로써 단계적으로 개혁과 개방의 길에 나설 것으로 본다. 이와 관련해 지난 해 김일성대학 교수가 ‘이익’론에 입각한 경제논설을 발표한 사실에 대한 분석이 흥미롭다. 김정일과 관련해, 그가 권력을 전면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며 그의 권력상황이 안정되어 있음은 사실이나 국가주석직을 얻는 데는 힘이 미흡했다고 본다. 그가 자신의 정권유지를 위해 사회주의를 수정하거나 심지어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다섯째, 이 책은 21세기 동북아 국제질서가 미(일)/중(러) 대립적 불안정질서, 중일대립적 불안정질서, 미중 중심의 협력적 안정질서, 미중일러 협력적 안정질서 가운데 어느 하나가 되리라는 전망 아래 한국의 안보전략을 제시한다. 중립화된 한반도에 대한 논의도 보인다. 이것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의 과제가 남북 당사자 사이에서만 해결될 수 없으며 주변국가들과의 협조도 받을 때 해결될 수 있다는 평범한 교훈을 일깨워 준다.
여섯째, 이 책은 남한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진지하게 기울였다. 남한이 대북우위에 우쭐되지 말고 경제적 어려움의 극복을 포함해 사회적 형평의 유지를 위해 자체정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472쪽 20,000원
김학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