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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체코-슬로바키아 얼음판위 內戰?

입력 | 2000-05-14 19:29:00


‘강철은 동강나도 역시 강철.’

‘꿈의 제전’ 2000세계아이스하키선수권대회에서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약속이나 한 듯 미국 핀란드 스웨덴 러시아 등 내로라 하는 세계적 강호들을 모두 쓰러뜨리고 ‘종착역’인 결승에서 마주쳤다.

‘단일 국가’ 체코슬로바키아였던 양국은 92년 1월 1일 합의에 의해 독립 국가로 갈라선 사이. 이번 대결은 ‘부유한’ 체코와 ‘가난한’ 슬로바키아간의 유럽판 ‘남북 대결’을 보는 듯했다.

이변은 슬로바키아가 13일 준결승에서 강호 핀란드를 3-1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르면서부터. 96년부터 국가 대표를 국제 대회에 내보낸 슬로바키아는 이번 대회에서 자국 출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 7명을 앞세워 강호 미국을 4-1로 꺾는 등 대회 내내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 랭킹 7위권에서 맴돌다 이번에 사상 처음 결승에까지 뛰어오른 것.

지난 대회 챔피언이자 아이스하키 최강국 체코도 ‘예정된 수순을 밟으며’ 14일 캐나다를 2-1로 눌렀다.

양팀은 15일 새벽 벌어진 결승전 직전까지 신경전을 벌일 정도로 그동안 쌓인 ‘미운 정 고운 정’의 복잡 미묘한 관계를 드러냈다.

NHL에서 뛰는 체코의 페트르 부제크는 “슬로바키아가 올라온 것을 축하하지만 우리와 대결하는 것은 그들에게 불행”이라고 자신감을 비쳤다.

또 이번 대회에서 11골을 성공시켜 득점 1위에 올라 있는 NHL 버팔로 소속 슬로바키아팀 미로슬라브 사탄은 “체코에 이기는 것은 국가의 명예가 달린 문제”라고 전의를 불태웠다.

슬로바키아는 이번 대결에 국가 차원의 지원을 보내고 있다. 슬로바키아 미쿨라스 주린다 총리는 결승전이 끝난 후 자국 선수 수송을 위해 정부 특별기를 띄웠다.

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