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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가방 구두 청바지에 인체공학 도입 붐

입력 | 2000-05-14 19:29:00


“흔히 부드러운 구두가 발에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부드럽기만 한 구두는 발을 효과적으로 구두에 고정시키지 못해 걸을 때마다 발이 이리저리 쏠리게 됩니다. 발아치의 아랫부분은 단단해서 발을 지탱해줘야 하고 구두가 접히는 부분이 부드러워야….”

이탈리아 구두의 명가 ‘a 테스토니’ 수석 장인 블라디미로 보노라(60). 14일까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에서 열린 ‘테스토니 구두전시회’에 맞춰 방한한 그는 “구두에도 테크놀러지가 있다”고 말했다.

테스토니가 봄여름을 겨냥해 선보인 ‘더클링’은 체온에 의해 재몰딩되는 특수소재 이고를 사용한 제품. 발의 모든 부분이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해서 피로를 줄여준다는 설명이다.

패션과 공학의 만남.

고가의 명품이나 스포츠웨어 뿐 아니라 가방 청바지 신발 등 생활패션에 인체공학을 접목시킨 아이템이 눈길을 끌고 있다. 더 이상 겉모양만으로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한 생활패션업체들이 편하게, 좀더 편하게 입고 쓸 수 있도록 앞다퉈 인체공학을 도입했다.

거북이 등처럼 생긴 백팩 ‘테크노백’은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 아니라 한양대 인체공학연구소에서 개발된 산학협동 결과물. 가방쿠션이 근육모양에 맞춰 디자인된 것이 특징이다. 납작한 하드케이스는 일견 딱딱해 보이지만 등에 밀착되는 면을 최대화시켜 허리전체에 가방무게를 분산시킨다. 올초 출시된 이후 4개월만에 5만여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편안 옷’의 대명사격인 청바지에도 인체공학이 들어가 한 차원 발전된 모습이다.

최근 리바이스가 내놓은 ‘엔지니어드 진’은 이름부터 공학적 느낌이 강하다. 다리 형태에 따라 옆선이 다리 형태로 굽어져 있어 언뜻 보면 마치 재단이 잘못된 것 같다. 그러나 이 덕분에 다리의 움직임에 따라 옷이 똑같은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다.

리바이스 마케팅팀 이수경씨는 “인체공학적 옷의 구조로 인해 아무리 큰 동작을 해도 몸이 편하다”며 세계적으로도 ‘21세기형’진으로 인기라고 소개했다.

앞뒤로 무릎부분을 절개한 뒤 무릎안쪽에 천을 덧대 만든 3D(3차원)바지 역시 인체공학을 고려한 디자인. 닉스를 비롯해 ‘gr’‘TBJ’‘이기스포츠’‘GIA’‘쌈지스포츠’‘스포츠 리플레이’와 같은 브랜드에 많이 나와 있다.

국내 신발브랜드에도 인체공학이 사용되기는 마찬가지.

카오스코리아에서 개발한 신발은 보통 신사화와 숙녀화 모양이지만 코르크 조각을 모래처럼 잘게 부숴 발모양대로 본뜬 뒤 신발 안창에 붙인 것이 특징이다. 움직일 때 하중이 발 앞이나 뒤꿈치로 쏠리는 일반 신발과 달리 코르크 바닥 전체로 퍼져 걸음걸이가 편하다. 쌈지가 개발한 ‘텅슈즈’ 역시 발뒤꿈치 가운데를 발모양처럼 움푹 들어가게 만들어 지면과 발바닥사이의 완충작용을 돕고 있다.

kjk9@donga.com